"솔로몬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서로 이 아이가 자기 아이라 우기는 두 엄마에게 솔로몬은 아이를 둘로 나누라고 합니다. 그러자 가짜 엄마는 좋다고 했지만, 진짜 엄마는 자기 아이를 살리기 위해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저는 2014년과 2015년, 이와 비슷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 앞에서, 신성한 '엄마'를 사칭해 진짜 엄마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가짜 엄마들 말입니다."
'세월호와 함께하는 서울 학부모 모임'에서 활동하는 전신영 씨는 말했다. 18일 20여 개 단체가 함께 주최한 '대한민국 엄마대회'에서 전신영 씨는 마이크를 잡았다.
전신영 씨는 서울 시청광장 앞에서 열린 이 대회에 참석해 "극소수 '세월호 이야기 그만하자'는 사람들은 '세월호'라는 세 글자 안에 담긴 엄청난 문제의 부담을 피하고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신영 씨는 "내 불안감을 은연 중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한 말이 아닌지 곰곰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며 "정면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이제부터 우리와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전 씨를 비롯해 이날 대회에 참석한 500여 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300명)의 엄마들은 웃다 울다를 반복했다.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들은 시청광장 잔디밭을 뛰어놀고,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울고 있는 엄마들을 보며 과자를 먹었다. 대회장 주변에는 유모차 수십 여 대가 '주차'돼 있었고, 엄마들의 손에는 "비타 500 몇 박스면 안전사회 가능할까", "무엇이 엄마를 거리로 내몰았나", "청와대 보호하는 정부 시행령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손으로 쓴 현수막이 들려 있었다.
성호 엄마 정부자 씨 "따지지 말고 나서지 말라고 교육했던 어리석은 엄마, 부끄럽다"
세월호 1주기를 맞은 첫 주말, 노란색 리본을 가슴에 달거나, 노란색 스웨터를 입거나, 유모차에 노란 리본을 매달거나, 노란색 꽃을 손에 든 엄마들이 거리로 나왔다. 엄마의노란손수건, 리멤버0416 등 21개 단체가 함께 주최한 '대한민국 엄마대회'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서울역에서 시청 앞 광장까지 행진을 했다.
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엄마의노란손수건' 정세경 대표는 "작년 오늘은 수학여행에서 떠난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이었다"며 "무능한 정부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작은 일상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6만 명의 조문객이 왔지만 상주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무대 위에 오른 세월호 유가족 정부자(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 군의 어머니) 씨는 "적극적이었던 아이에게 나서지 마라, 따지지 마라고 가르친 부끄러운 엄마였다"며 "착하게만 살라고 교육했던 어리석은 엄마는 아이에게 정말 부끄럽고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자 씨는 "지난해 수학여행에 보낸 아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렸다"며 "1년이 지났는데도 서럽기만 하다"며 끝내 울먹였다.
"죽음보다 슬픈 것은 무관심이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거짓"
이날 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또 다시 피어난 무수한 봄꽃들이 엄마들에게는 내 새끼들의 '살려 달라'는 아우성이고, '나를 왜 구해주지 않았어'라는 원망의 울음이고, 떨어지는 꽃잎은 내 새끼들의 소리 없는 피눈물이고, 바닷물에 녹아내린 살점들"이라며 또 다시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가족과 아이들을 떠나보낸 1주년은 '미안하다, 잊지 않을께, 다시는 이런 나라를 만들지 않을께'라는 추모와 반성의 1년이어야 했다"며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돌아온 것은, 억울하게 희생된 국민과 아이들 앞에 꽃 한 송이 놓아줄 대통령도 없고, 피눈물이 녹아내리는 심장에 캡사이신을 쏟아붓는 야만과 폭력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죽음보다 슬픈 것은 무관심이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거짓"이라며 "이제 거짓과 위선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그저 내 자식만 잘되기를 바랐던 이기심 가득한 어른으로 살아가지 않음을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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