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색 수트에 노타이의 차림에 머리도 말끔히 빗어넘긴 모습을 드러낸 김 씨는 긴 비행시간에 지친 듯 약간은 피곤해 보였지만 대체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지난 2001년 옵셔널 벤처스 주가 조작 이후 미국으로 도피한 지 6년, 미국 연방 구치소에서 수감된지 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김 씨는 약 30초 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난 후 곧바로 승합차 편으로 서울 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인천공항은 이날 오후 부터 일찌감치 부터 검찰 관계자, 취재진,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뒤엉켜 혼잡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에 공항공사 측은 멀찌감치 포토라인를 설치해 30초 정도의 포토타임만 허용했고 취재기자들도 50명으로 제한했다.
김 씨의 귀국 일성에 온통 관심이 쏠렸지만 취재진과 검찰이 질문은 하지 않고 사진만 찍기로 합의해 김 씨의 육성은 전달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당장 이날 밤부터 김 씨에 대한 주가 조작과 횡령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김 씨에 대한 긴급체포영장 시한은 30여 시간 밖에 남지 않았지만 구속영장 발부는 확실시 되고 있다. 이후 검찰의 구속 수사는 최장 20일간 가능하기 때문에 늦어도 12월 5일 이전에는 수사가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이달 25일 후보 등록 이전까지 일차 수사를 일단락 짓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씨의 송환 과정을 LA 현지에서 취재한 <미주중앙일보>는 이날 16일 김 씨를 우리측 관계자에게 인도한 미연방정부 당국자와 나눈 문답을 보도하기도 했다.
'김 씨가 이송 도중 한 말은 없는가'는 질문에 미국 측 당국자는 "자신이 계류된 소송케이스의 승소를 장담했다. 김 씨는 한 건은 이미 승소했다고도 했다"면서 "송환 절차가 진행되는 내내 예상하고 있었던 듯 담담했으며 호송과정에서는 최근 증시현황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등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답했다.
김경준은 누구? 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 1.5세인 김 씨는 코넬대를 졸업하고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한 후 모건 스탠리, 살로먼스 바니에서 근무하면서 탁월한 수익을 거둬 금융계에서 승승장구했다. 이후 그는 30대 금융전문가로 널리 알려지면서, 역시 코넬대 출신인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와 함께 교포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 2월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이명박 후보와 먼저 안면을 튼 누나의 소개로 친분을 쌓은 그는 이 후보와 서로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딴 'LKe뱅크'라는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1년 3월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BBK가 투자자들에게 위조된 펀드운용 보고서를 전달한 혐의가 드러나고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되면서 이 후보와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 후보 측은 2001년 4월 LKe뱅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공식적으로 김 씨와 이어진 1년 2개월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했다며 이후 벌어진 주가조작, 자금 횡령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범여권에서는 BBK 대표인 김 씨와 동업한 이 후보가 범행에 가담했거나 최소한 알고는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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