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관련기사 : 유승민 "새누리당도 양극화 고민")에 대해 "진정성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10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역대 새누리당의 대표 연설 중 가장 훌륭했다"고 호평하면서도 "그러나 진정성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선거 전과 후에 말이 달라지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4월 재보선을 앞둔 시기여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복지' 공약을 보는 듯한 느낌이 있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입장이 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문 대표는 "양당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몇 가지 중요한 일치가 있었다. 그 일치된 부분만 실천해도 우리 경제가 크게 달라지고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며 "일치된 부분에 대해 양당이 즉각 실천방안 또는 입법방안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특히 법인세 정상화는 법안이 이미 발의된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협력할 것을 새누리당에 요청한다"고 밝히며 "불공정한 세금을 바로잡을 뿐만아니라 세수부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새누리, 劉 연설 놓고 찬반 양론
앞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친박계는 불편한 심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전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내 조율 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며 "그것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도 "혼자보다는 함께 가는 길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고, 김정훈 의원도 "원내대표가 대통령 공약 사항(공약 가계부, 창조경제 등)을 부정하는 것처럼 나서면 정부와 대통령 입장은 어떻게 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홍문종 의원은 기자간담회까지 자청해 "너무 의욕이 지나쳐 개인의 대중적 인기에 집착하면 당 전체를 희생해서 개인의 인기를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김무성 대표도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힘을 싣기보다는 선을 긋고 나왔다. 김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용을 읽어보면 지난번(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가 주장했던 내용과 기조에서 별로 다른 바가 없다"면서도 "복지와 재원 조달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원칙은 같은 말인데, 저는 그 주장만 했고 유 원내대표는 '중(中)복지로 가야 한다'고 한 차이(가 있다)"며 "우리 당 내에서 합의하는 단계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장파에서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주 잘 하셨다"며 "꼭 필요한 핵심적 방향을 제시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를 모으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 내 합의가 없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기존의 당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고, 원내부대표단과 상의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두언 의원은 "유승민 개인이 아니라 새누리당 대표 자격으로 연설한 것 아니냐. (의원들이) 의견을 달리할 수 있지만 그 의견이야말로 사견"이라고 친박계의 비판을 재반박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의 생각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이미 당 내에 그렇게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유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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