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올해 10월 총선과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2010년 오랜 독재 끝에 미얀마 군부가 일방적으로 군부에게 유리한 헌법을 통과시켜 치른 총선결과, 군부의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이후, 미얀마 정부가 개방 및 개혁조치에 나서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도 보궐선거를 통해 의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얀마가 서서히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그동안 중국과의 밀접한 유착관계에서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현 정권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지지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 미얀마가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경제개발을 추진해 나갈지는 올해 예정된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현재 미얀마 헌법이 가지고 있는 해결되지 않은 여러 독소조항이 그 이유이다.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직계가족 및 배우자가 미얀마 시민권자인 경우에만 대통령 출마 가능” 조항인데, 아웅산 수치는 남편과 자녀들이 영국 시민권자로 헌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여전히 미얀마 전반에 걸쳐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군부는 상원과 하원의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있으며, 대통령 후보 추천 권한도 가지고 있다. 만약 올해 10월로 예정된 총선 전에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더라도 아웅산 수치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그녀에게 다음 기회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얀마에는 여전히 심각한 여러 인권문제들이 존재한다. 지난 3월, UN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된 이양희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미얀마 정부의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 중국 국경지대 소수민족과의 내전, 개발프로젝트로 인한 주민들의 강제이주 문제를 거론하며 미얀마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하였다. 만약 올해 선거 국면에서 과거의 군부독재시대로 회귀한다면, 미얀마의 인권문제는 요원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미얀마의 운명은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학생시위에 대한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
지난해 미얀마 의회에서 새 교육법이 통과되었다. 학생들은 학문의 자유와 학생들의 자치를 제한하고 있다며 학내 자치권 확대, 교육 분권화, 학생 및 교사들의 조합 설립 금지 철폐, 대학 입학제도 개정, 소수민족 언어 교육, 교과 과정 현대화 등을 요구하며 새 교육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만달레이를 출발해 가두행진에 나선 학생들을 지난 3월 10일 레파단 지역에서 미얀마 진압경찰과 충돌하였다. 경찰은 시위대에 돌을 던지고 저지선을 뛰어넘어 진압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참가자 114명을 연행하였다. 경찰의 폭력진압은 학생시위대의 행진을 경찰이 가로막자 이에 격분한 학생들과 경찰 사이의 충돌로 시작되었다. 미얀마 경찰은 쓰러져 있는 학생들을 수차례 구타했고, 이 과정에서 팔뚝에 “의무”라고 쓰여진 빨간 완장을 찬 용역들이 개입하면서 미얀마 당국의 진압은 그 정당성을 잃게 되었다. 더욱이 연행된 학생들은 이송된 따야와디 감옥에서도 구타와 휴대폰 파손과 같은 인권침해를 당했으며 심지어 여학생들은 임신테스트까지 받았다고 폭로하였다. 현재 69명의 학생들에 대해서 폭동 및 질서 교란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6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얀마 당국은 학생들에 대한 면회와 언론 취재 역시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와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정부의 학생시위대 탄압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지만 테인 세인 대통령은 서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총격과 사망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면서, 경찰의 진압행동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를 앞두고 평화적인 학생들의 행진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이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미얀마 정부의 모습은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직도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한국 사회의 관심 절실히 필요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쉐비다 공단에 위치한 한국계 기업 이랜드, 한세실업의 자회사인 코스텍인터내셔널과 홍콩계 포드코리 의류공장 노동자들은 지난 2월 2일부터 월 5만 원(5만 크얏) 수준인 기본급을 월 8만 원 대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3월 4일 미얀마 경찰과 경찰이 동원한 자경단은 노동자들이 공공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14명의 노동자들을 연행하였을 뿐 아니라 한국계 기업인 이랜드 공장의 파업을 이끌었던 노조 지도부는 미얀마 당국에 의해 체포되어 최대 2년형의 징역을 살 위험에 처해있다. 경찰의 농성장 해산은 학생들의 시위와 노동자들의 시위가 결합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현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미얀마와 같이 인권침해 위험이 높은 국가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에 자칫하면 심각한 인권침해에 한국기업들이 연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얀마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고 홍보하며, 인권침해 위험은 고려하지 않은 채 투자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많은 한국의류 공장들이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한국의류공장에서는 끊임없이 노사분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투자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야할 주 미얀마 한국대사관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으로 한국 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미얀마 당국에 법적조치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평화적인 파업마저도 외국투자자와 해당 국가 공관의 요청이 있으면 사회의 공공안녕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로 규정되는 것이 현재 미얀마의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미얀마에 새마을 운동을 전파하기 이전에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이 지적한 개발사업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고향을 떠나와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해야만 겨우 1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만약 계획대로 선거가 올해 11월에 진행된다면, 국제사회는 미얀마를 다시 주목하게 될 것이다. 선거감시단에 참여하는 직접 행동부터 시작하여 정부의 개발사업과 기업 활동에 대한 감시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민사회가 미얀마와 연대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와 비슷한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는 미얀마에 한국 시민사회가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아시아의 시민들이 오랫동안 소중히 가꿔온 우리 모두의 결실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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