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대장정에 나서 대전·충남,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경남을 공략 중 인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범어사 주지스님과 면담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범어사 주지스님 "서민으로 보이는건 좋은데…"
14일 부산 범어사를 방문한 이 후보는 "정치는 정치이고 종교와 연결하면 사사로워진다"는 대성 주지스님의 말에 "이런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외롭게 뛰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성 스님이 "엘리트처럼 보였는데 이제 서민으로 보인다. 보기 좋다"면서도 "그런데 기(氣)가 좀 빠진 것 같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기가 빠진 것 같지만 사실 안 빠졌다"고 받아 넘겼다.
이 후보는 "총재로 움직일 때 여러 사람이 많이 움직이고 그랬지만 (지금) 제게 뭐가 있나. 예전에 한나라당 총재 이회창, 기득권의 큰 울타리에 서 있는 이회창이었던 이미지를 벗으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성 스님은 '필마단기'를 강조하는 이 후보를 향해 "양면이 다 필요하다. '내가 이회창이다'라고 할 수도 있어야겠지만 국민이 믿으려면 그 배가 국민을 태울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 부족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에 이 후보는 "큰 배가 오고 있다. 힘을 실어달라"고만 답했다.
한편 범어사 총무국장인 범산 스님은 "대통령을 하려는 그 순간부터 종교를 접으라"며 "4900만 국민을 어떻게 아우르고 살릴 수 있느냐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해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캠프 부대변인 "이명박 수법, 국민이 용서치 않아"
한편 이 후보 측은 이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이름을 직접 거명해가며 공세를 가하기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 캠프 조용남 부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위장취업'문제에 대해 "문제가 터지면 일단 부인하고, 안될 것 같으면 시인하고, 어물쩡 사과하는 이명박 수법,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거짓과 과장이 판을 치고, 정직과 신뢰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조 부대변인은 "본인이 위법을 저지르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면 일단 발뺌하면서 부인하고, 안될 것 같으면 시인하고, 결국엔 돈으로 다 갚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세금을 뒤늦게라도 일괄 납부했다'는 한나라당 대응에 대한 비판이다. 조 부대변인은 "이러한 행태는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국민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간 이회창 후보 본인이나 캠프 인사들은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의 정책이나 신뢰성에 대한 비판은 아끼지 않았지만 이름을 적시한 직접적 공격은 삼가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탤런트 백일섭 씨의 "뒈지게 맞는다" 발언 등으로 인해 격앙된 이 캠프의 '대 이명박 공세'는 앞으로 더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상대를 공격하는데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실무진을 내세우는 것은 이명박, 이회창 캠프가 닮은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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