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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평화협정 이전에 4자 정상선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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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평화협정 이전에 4자 정상선언 필요"

'先선언- 後협정' 강조…미국 입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조기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13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2007-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후에 선언을 하는 것은 그저 축배를 들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른바 입구론(종전 선언이 평화협상을 추동한다)을 분명히 했다.
  
  이와 상반되는 주장은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종결된 다음에야 가능하다'는 '출구론'이다. 이를 둘러싸고 한미 간의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청와대는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평화구축을 위한 정상선언으로 이정표 제시할 필요"
  
  노 대통령은 "한 쪽(북한)은 '선 평화체제, 후 핵폐기'를 주장하고 다른 한 쪽(미국)은 '선 핵폐기, 후 평화체제'를 주장해왔는데 이렇게 해서는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며 동시진행을 주장했다.
  
  그는 "두 가지 모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어느 한쪽을 먼저 끝내고 다른 한쪽을 시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이치로 보아서도 북핵 문제는 정전체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는 따로 갈 수가 없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은 "순서를 가지고 싸우다가 대화를 깨서는 안 된다. 대화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정상선언을 선행시키자'는 그의 주장은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
  
  노 대통령은 "4자 정상선언을 하자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보다 확실한 흐름으로 굳혀서 북한이 조속히 핵 폐기를 이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을 시간에 늦지 않게 밀고 가기 위해서는 정상들의 선언으로 결정적인 이정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하면 이 문제를 풀어가는 실무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며 "그래야 가다가 어려운 일에 부닥치더라도 좌절하는 일 없이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두고 평화협정의 끝에 하는 것이므로 협정 이전에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는데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을 위한 정상선언이라면 그 명칭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언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의사는 확실하다"며 한미 양국 보수 진영의 우려를 일축했다.
  
  임기 내 추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한미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런 취지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장관의 합의 발표를 보면 '적절한 시기에 추동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관련국들에게 이뤄질 경우 (정상선언을) 추진한다'는 것인데, '정상선언이 필요하다'고 합의한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검토하겠다'는 조건부 합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곧바로 나왔다.
  
  이에 대해 천 대변인은 "엄격하고 좁은 의미의 종전선언이 아닌 지금 이야기한 (평화협상을 추동키 위한) 취지의 4자 정상선언이 필요하다는 저희 문제의식을 미국 측이 인식하고 그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서로 (견해가) 달라서 뭐가 충돌한 것으로 해석되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결국 이날 대통령 발언은 미국에 대한 촉구의 의미인가? 일정한 사전 합의를 가진 것이란 말이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천 대변인은 "우리 입장은 이미 정리됐었고, 이를 가지고 4자 간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고만 답했다.
  
  이같은 발언은 조기 4자 정상회담에 대한 한미 간 인식 차가 엄존함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시간이 많지 않다. 부시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결코 충분치 않다"는 이날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천 대변인은 "한국이나 미국이 정권이 바뀌면 일정정도 (정책) 조정기간이 필요한데 저희 임기가 2월 말로 끝나고 부시 대통령은 1년의 임기가 남는다"고 말했다. '빨리 안 하면 많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김만복 국정원장 역시 최근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금년말까지 북핵 비핵화가 추진되고 있는 현 시점이야말로 종전선언을 통해 북핵 문제에 강력한 추동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내에 한다 안 한다'가 아니라 합의가 이뤄지는 시점에 한다는 이야기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정상회담 없는 정상선언 추진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외교 관례로 봐도 그런 것은 드문 일"이라며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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