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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쑥대밭에서 쑥떡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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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쑥대밭에서 쑥떡쑥떡?

[살림이야기] 쑥개떡·쑥버무리·돌나물김치

청명과 곡우의 절기가 있는 양력 사월의 산은 마치 꽃불이라도 난 양 온 산이 울긋불긋하고 백화가 난만하니 특별히 아름다운 이름인 '화월'이라 불린다. 날이 따뜻하고 화창하여 봄놀이를 즐기는 때이므로, 처음 돋아나는 푸른 풀을 밟는 답청놀이를 했다. 조선조 후기 호사의 극치를 이루던 선비양반들의 화려한 답청문화를 보여주는 신윤복의 그림 '연소답청'에는 백화가 난만한 들에서 선비들이 봄꽃에 비견될 장안 기생들과의 나들이에 넋을 빼앗기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서민들은 봄 밭갈이를 하며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에 여념이 없다. 물이 부족한 논에는 물꼬를 깊이 치고 논물을 가두고 호박, 동과, 가지, 무, 배추, 아욱, 상추, 고추, 파 등속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 놓고 외밭의 거름도 하여 농가의 여름 반찬을 마련하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4월의 들녘에는 밭 갈고 논일하는 농부들과 함께 온갖 봄나물이 함께 있다. 비 갠 앞산에 살진 향채가 지천이라 묵나물로 차리던 밥상 위에서 초록의 향연이 시작되는 때이다. 어느 한 가지를 꼭 집어 주인공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나물의 향과 맛이 좋고 약성이 뛰어나 이때는 잡초라 여기는 식물들도 다 약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 쑥이 지리산 동네부엌에도 봄을 가져왔다. 전종윤 씨가 쑥개떡과 쑥버리무리에 들어갈 쑥을 다듬는데, 공간 가득 쑥 냄새가 들어찼다. ⓒ류관희


3년 묵은 쑥이 7년 병 고치다


그중 대표적인 재료는 단연 쑥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 무렵에 갓 올라온 작은 쑥은 채취해 국을 끓였고, 쑥이 더 자라 향과 맛이 진해지면 쑥구리단자, 쑥개떡 등 다양한 떡을 했다. 쑥이 가장 무성한 때가 청명 즈음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도 산다는 말이 있다. 생명력이 왕성한 시기라 어지간하면 다 살아난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생명력이 그 어느 것보다 강한 쑥을 이용한 음식을 청명에 만들어 먹으니, 몸이 그야말로 더없이 건강한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쑥은 식품으로, 민간약으로, 한약재로, 뜸의 재료로 쓰이는 요긴한 식물이다. 한의학에서는 '애엽'이라 부르며, 성질이 따뜻하고 맵고 쓰다. 간··신을 이롭게 하며 맵고 쓰고 따뜻하기 때문에 몸을 데워 한습을 제거하므로, 특히 여성에게 좋은 약이라 '어머니 풀'이라 불리기도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 여성의 생리를 정상적으로 해주며, 지혈지통을 시켜주며 태아를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초봄에는 양기를 품고 태어난 어린잎을 채취해 국, 떡, 전, 버무리 등으로 밥상에 올리며 차로 덖어 마시기도 한다. 맹자에 보면 '유칠년지병, 구삼년지애야'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7년을 앓던 병조차도 3년 묵은 쑥을 구해 치료하면 된다는 뜻이니, 늘 쑥을 가까이할 일이다. 그러나 열이 많은 사람이나 몸에 진액이 부족하고 화가 끓는 사람은 조심해서 먹어야 하며, 술과 함께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개떡'이라 불려도 맛만 좋은 쑥개떡

며칠 전 서울에서 요리 수업하기 전에 간식으로 먹을 쑥개떡을 만들어 갔다. 같이 일하는 후배와 소통이 덜 되어 데쳐 놓은 쑥을 쌀과 함께 방아를 찧어 원하지 않는 식감의 떡이 나왔다. 그 떡을 다른 후배가 먹으면서 개떡이 아니라, 찰떡같은 느낌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떡을 만들었다. 대상을 형편없는 것으로 비하할 때 하는 말에 '개떡'이라는 표현이 있다. 후배가 말한 찰떡과 개떡의 식감 차이는 찹쌀과 멥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정교하지 않고 거친 느낌으로 식재료의 질감이 입안에서 그대로 살아 느껴지는 떡이 나에게는 개떡이다. 그날은 개떡에 대한 느낌을 후배와 내가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봄에는 쑥대밭이란 말이 고마울 정도로 쑥이 많이 올라온다. 농사에는 도움이 안 되는 쑥이지만 쑥쑥 쑥이 올라오는 봄에는 좀 넉넉히 채취해 데쳐서 한 번 먹을 만큼씩 냉동해 두면 좋다.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하는 날에 쑥을 한 덩어리씩 꺼내 쌀가루를 이용해 쑥개떡을 만들어 들고 나간다.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니 휴게소에서 밥을 사 먹지 않아도 되어 좋다.

쑥개떡


재료
멥쌀가루 500g, 소금 1작은술, 쑥 500g, 소금 약간,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① 멥쌀을 깨끗이 씻어 5~6시간 이상 물에 불린 후 소금을 넣고 곱게 간다.
② 연한 쑥을 손질해 깨끗이 씻은 뒤 소금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③ 데친 쑥은 찬물에 헹궈 꼭 짜서 잘게 다진다.
④ 쌀가루에 다진 쑥을 넣고 손으로 비비면서 섞는다.
⑤ ④에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귓불 정도의 질기로 익반죽한다. 많이 치댈수록 쫄깃해진다.
⑥ 반죽을 탁구공 만하게 떼어내 손바닥으로 공 굴려 납작하게 만든다. 떡살이 있으면 떡살에 참기름을 바르고 모양이 나게 찍는다.
⑦ 김이 오른 찜솥에서 10~15분간 찐다.
⑧ 참기름을 손에 묻혀 쪄낸 쑥개떡에 바른다.


'쑥털털'이라 부르는 쑥버무리


쑥으로 하는 떡 중 가장 귀하게 여겼던 것은 찹쌀로 하는 쑥인절미였지만 내가 들은 떡 이름 중 최고는 '쑥털털'이다. 어릴 때 들었지만 나이가 든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재미있는 이름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이름이기도 하다.

보릿고개를 겪지 않은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보리를 수확하기 전 춘궁기에 쑥으로 연명하며 살 때가 있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얼굴에 누렇게 부항이 들면 쑥을 먹어 부항기를 가라앉히기도 했다. 나도 쑥만 보면 배고프던 시절에 밥 대신 해먹던, 그 우스운 이름의 쑥털털이 생각이 난다. 쑥털털이는 지금의 이름으로는 쑥버무리다. 그때는 쌀이 귀할 때였으므로 쌀가루 대신 정부에서 배급받던 밀가루를 이용해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었다. 설탕도 없어 인공감미료를 넣고 해 먹었던 그것이 어찌나 맛있던지 쌀가루가 흔한 지금에도 나는 밀가루로, 그리고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를 넣어 털털 털어서 쑥버무리를 해 먹곤 한다.

쑥버무리

재료
멥쌀 5컵(쌀가루 1kg), 쑥 250g, 소금 1큰술, 설탕물(설탕 1컵, 물 1컵)

만드는 법
① 쌀은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서 물기를 뺀다.
② 물기 뺀 쌀을 믹서에 곱게 갈아 체에 내린다. 방앗간에서 빻으면 편하다.
③ 어린 쑥은 다듬어 씻어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④ 물에 설탕을 넣고 잘 녹인다.
⑤ 쌀가루에 설탕물을 넣고 손으로 비비면서 잘 섞어 다시 체에 내린다.
⑥ 체에 내려둔 쌀가루에 쑥을 넣고 훌훌 섞어 시루(혹은 찜기)에 앉힌다.
⑦ 김이 오른 찜통에 ⑥을 얹고 15분간 찐다.


잡초 속에 숨은 약초, 돌나물


봄이 한창인 요즘은 어디를 가나 돌나물들이 보인다. 돌 틈에서도 보이고 논이나 밭둑에서도 흔하게 나고 심지어는 아스팔트 가장자리에서도 고개를 내밀며 자란다. 물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돌나물은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수분을 가져왔는지도 모르게 통통하게 물이 올라 입 안에 넣고 씹으면 약간 쓰기는 하지만 아삭한 식감을 주는 재미있는 식물이다.

어머니는 돌나물이 한창 나오는 이맘때면 늘 겨울을 넘긴 마지막 가을무를 꺼내 나박나박 썰어서 넣고 물김치를 담가 주셨다. 봄을 타서 입맛이 없다가도 어머니의 돌나물김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해봐도 비슷하게 흉내만 낼 뿐 어머니의 물김치 맛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 늘 속이 상하곤 한다. 어머니는 물김치를 담그기 위해 뿌리째 걷어 온 돌나물을 다듬고 남은 것들은 다시 마당가나 텃밭에다 던졌다. 잎과 줄기는 이미 다 잘리고 가는 뿌리만 남은 것들이 햇빛에 시들고 사람이나 동물들의 발길에 눌리면서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나서 어느 사이 다시 채취해도 좋을 만큼 불쑥 눈앞으로 다가오곤 하는데 그런 돌나물의 생명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물김치로 담가 익혀 먹는 틈틈이 생 돌나물을 초고추장과 함께 밥상에 올려도 참 좋다. 반찬이 마땅히 없고 일이 바쁜 날에는 돌나물 한 줌을 밥과 함께 양푼에 넣고 들기름과 고추장으로 비비면 그 또한 별미다. 된장이나 양념간장을 넣어 비벼도 좋으니 싹이 돋고 꽃을 피우기 전까지 돌나물은 봄 한철 우리의 집 나간 입맛을 살리는 귀중한 식물이다.

돌나물은 약용으로도 활약이 대단하다. 수분초라 불리는 돌나물은 맛이 담담하고 성질이 서늘하여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 주며 부기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돌나물은 간과 폐에 도움을 주므로, 간과 폐의 기능을 돕는 새콤하고 매콤한 맛을 첨가해 음식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다. 초고추장을 양념으로 생절이를 해서 먹는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일이다. 이 봄에 제철인 미나리와 함께 조리해서 먹으면 피로한 간을 돕는 효과가 있다.

●돌나물김치


재료

돌나물 250g, 무 100g, 미나리 5줄기, 고춧가루 3큰술, 물 1ℓ, 밥 크게 한 술, 소금 1.5큰술

만드는 법


① 물 1ℓ에 밥과 소금을 넣고 믹서에 간다.
② 큰 볼에 면 보를 펼치고 분량의 고춧가루와 물 반 컵을 넣고 10분간 두어 고춧가루를 불린다.
③ 돌나물은 잎이 상하지 않게 살살 씻어 건져 놓는다.
④ 무는 가로 세로 2×1.5cm 크기로 얇게 썬다.
⑤ 미나리는 잎을 떼어 내고 손질해 씻은 후 2cm 길이로 썬다.
⑥ 불린 고춧가루 위에 밥과 물을 함께 간 것을 붓고 면 보로 걸러 붉은색이 나는 김칫국물을 만든다.
⑦ 그릇에 돌나물, 무, 미나리를 담고 ⑥의 물을 부어 상온에 2~3일 두어 익힌 후 냉장 저장하여 먹는다. 입맛에 따라 식초를 넣어 익히지 않고 먹기도 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 바로가기 : <살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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