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영국시간 기준) 국제조세/금융 투명성 제고 운동 NGO인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 영국 본부는 전 지구적인 법인소득세 감세 움직임에 대한 반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법인소득세 유지 및 확대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세정의네트워크를 이끄는 존 크리스첸슨과 니콜라스 색슨이 대표 집필을 하였으며 랭캐스터대 법대 명예교수인 솔 피시오토 등의 자문을 거쳤다. 영국 근교 저지섬의 역외금융 자문관을 오래 지낸 조세정의네트워크 사무총장 존 크리스첸슨(John Christensen)과 탐사보도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아프리카 신생국과 유럽권 정치경제 엘리트 사이의 오랜 유착과 부의 유출 문제를 다룬 문제작 <독이 든 유정(Poisoned Wells)>과 <보물섬(Treasure Islands)>의 저자이기도 하다.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 챕터 대표 이유영이 편역하였다. 필자 주.
(법인소득세, 왜 지켜야 하나 <上>: "법인세 올리면 글로벌 기업 떠난다?")
5. 법인소득세 감세는 글로벌 경제에 있어 전염성이 강하다
개별 국가의 조세 제도는 국경을 넘어 타국에 영향을 끼친다.
특정 국가에서 법인소득세 감세를 시행하면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 소득을 가공하여 해당국가로 즉각 이전한다. 결국 소득 이전에 따라 과세를 하지 못하게 되어 피해를 입게 되는 국가가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널리 알려진 조세 피난처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이것이다.
일례로 최근 영국정부가 다국적 기업에게 유리한 법인세제를 채택한 결과 개발도상국가들의 과세손실액 추정치가 연간 60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행위가 만연할 때 국가간 경쟁은 결국 글로벌 공동체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6. 법인소득세는 특히 개발도상국가에게 중요하다
법인소득세 감세와 여러 세제 인센티브는 특히 부자나라보다는 개발도상국에게 더 큰 폐해를 끼친다.
법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부자나라보다 개발도상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것이 그 까닭이기도 하다. 다른 한 편으로는, 세정당국의 역량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집중적 구조에 규모가 큰 기업들에 대한 징세행위가 다수로 편재해 있는 빈곤한 개인 납세자들이나 소규모 자영업체들을 쫓아다니는 조세행정보다는 훨씬 용이하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 국가의 세정당국은 일반적으로 부패와 특정이해관계자들의 로비 행위에 더욱 취약하기가 쉬운 게 현실이다.
특히 개발도상국가의 법인소득세 감세는 빈국으로부터 다국적기업과 부자나라에 거주하는 주주들에게 부를 이전시켜 빈국의 국민경제에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7. 법인소득세는 경제의 균형 회복 기능을 수행한다
세계적으로 다국적기업들은 생산적 투자 행위에 쓰이지 않고 잠자고 있는 현금 수조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과다한 유보금 규모는 여러 국가에 있어 정체된 성장의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재 투자 없이 묶여 있는 유보금 규모를 고려할 때 감세를 통해 유보금 규모를 더욱 불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떻게 투자 촉진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감세를 통한 투자촉진책은 화창한 날의 우산과 다를 바 없는 무용한 주장이다.
반면 법인소득세는 사용처를 찾지 못해 잠자고 있는 돈을 기업 섹터로부터 정부의 수중으로 이전시키고, 정부는 이 돈을 재원으로 교육이나 건설, 복지와 같은 활용처를 찾아 바로 재정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요가 진작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 이윤이 창출되며, 정체된 경제가 다시 균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8. 법인소득세는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한다
경제학자들이 흔히 지대추구라 칭하는 행위에 관련된 기업들도 많다.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비생산적으로 부를 착취하는 행위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원유가격 등락에 따라 횡재를 꿈꾸는 원유 생산업체나 궁극적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위험에 둔감한 금융업자, 또는 조세혜택을 추구하며 로비에 전념하는 업체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대추구는 비상한 수익성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조장하고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경제 성장에도 해악을 끼친다.
지대추구행위가 낳은 엄청난 수익이 이런 문제를 조장한다면 결국 법인소득세는 지대추구행위의 유인을 억제하는 강력한 수단일 수 있다.
9. 법인소득세 감세 주장은 세율 0%에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조세경쟁'은 글로벌 소득을 자신의 조세관할권으로 이전시키려는 의도로 여러 국가들이 던지는 추파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쟁에 동참자는 곧 불어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온갖 종류의 조세 및 비조세 보조금은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넘치는 성찬이 되고, 가장 큰 부담은 사회 계층사다리의 아래쪽에서 받게 된다.
경쟁은 다국적 기업들의 순조세부담율이 0%를 찍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0% 밑으로 계속 추락하는 부담율은 결국 납세자의 비용으로 기업들에게 보조금이 지급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납세자 재원으로 마련된 공공재와 서비스 그리고 보조금에 무임승차하려는 욕망은 기업계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0. 법인소득세는 투명성 및 책임성 제고에도 기여한다
법인소득 과세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돈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정보의 수집과 관리를 통해 정부는 기업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게 되고 과세소득의 추적은 물론 발생 가능한 범죄행위들도 미연에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대다수의 조세 피난처에서는 법인소득세가 전무하거나 미비하다는 점과 법인 소유주 및 기업 재무 현황에 대한 양질의 정보가 전무 또는 미흡하다는 점이 동시에 관찰되는데,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즉 법인소득세 체계의 견고한 유지는 기업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에서 기여하는 바게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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