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도발 조짐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우향우'하는 조짐을 보이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발언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추세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회의에서 "북한이 함포 공갈, 미사일 공갈을 넘어서 핵 공갈을 내놓을 차례라는 생각이 든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잃어버린 10년간 국가 정체성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은 국방부 이상희 장관과 황의돈 국방정보본부장 등 군 인사 3명을 긴급 호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최근 군사적 긴장관계에 대한 현안을 비공개로 보고받았다. 현안 보고에 앞서 이상득 의원은 이 장관과 3분 여간 독대해 눈길을 끌었다.
정몽준 "'아스팔트 보수'에 관심 가져야"
정몽준 최고위원은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를 주도했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서정갑 본부장이 거리에 나섰다가 재판 받게 된 것은 그분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주역인 아스팔트 우파에 대해 한나라당이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서정갑 본부장이 지금 이명박 정부 시절에 공무집행방해죄라는 이름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국가 정체성과 정통성이 많이 훼손됐다. 적화만 되었고 통일만 되면 된다는 말까지 나온 것을 기억난다"며 "정권교체를 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국가정체성을 흔들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큰 사태에 비하면 (서 본부장을) 정상참작해야 하는 일"이라며 "공무집행방해죄라고 해서 돕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은 역사인식이나 정치적 균형감각을 현저하게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친이진영과 부쩍 교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정태근 의원 같은 친이직계 조차 "잃어버린 10년 이야기는 하지말자"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북한을 비난하며 "놀라운 것은 우리 국민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정말 경제살리기에 열중하는 그 굳건한 모습"이라며 "오히려 반대로 북한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그런 보도도 봤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처변불경(處變不驚)의 정신이야말로 우리의 굳건한 안보태세와 마찬가지로 매우 긴요하다"며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의 철통 같은 국방대세에 대한 신뢰가 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변불경'은 중국과 맞서던 시절 대만의 국가표어 역할을 했던 문구다.
사회안전망은 민간단체 역할 강조
이날 회의에서는 보건복지부 전재희 장관의 위기 가구 등 지원 대책에 관한 보고를 받았지만 한나라당은 뾰족한 대책 없이 '민간 단체'의 역할을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전 장관이 "위기 가구 지원과 관련해 68%를 지원했다"고 보고했지만 공성진 의원은 "위기 가구의 용어 정의가 문제인데 전문 용어인가"라고 물었고 전 장관이 "법정용어는 아니고 행정용어"라고 답하는 등 기준의 불명확함이 지적됐다. 이에 박종근 의원은 "위기 가구 수효를 정확히 예측하라"고 전 장관에게 쓴소리를 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정부 재정 지원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은 너무 단기대책이 아닌가"라며 "달동네라든지 임대아파트 밀집 지역에 노동집약적 임가공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같이 정책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사회안전망은 저희가 촘촘히 하겠지만 안되는 부분은 (민간 차원의) 자발적 기구라든가, 좀더 사회적 책임을 나누고자하는 분(단체)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당이 읍면동 최소한의 기초단위까지 해서 행정 사각지대 채우도록 하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민간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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