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이 줄줄이 임금 동결 및 동결 예고를 선언한 가운데, 정작 재벌 총수들의 배당금은 역대 최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분배 실패를 정부가 나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재벌 대기업들이 임금을 동결시키면서는 디플레이션 우려 등을 내세워 엄살을 떨더니 자기들 배당받을 때는 과감하다"면서 "이런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정부는 원래 그들만의 편이었거나 무능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닷컴이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총수 10명이 주식 보유한 상장사들로부터 받을 2014년 결산 배당금은 3299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13년 배당액 2439억 원에서 35%(860억 원)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임금 동결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10명 중 유일하게 1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게 됐다. 2013년 1079억 원에서 63%가 증가한 1758억 원을 받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년 대비 49.4% 증가한 742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29억7000만 원(전년 대비 15.4% 증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94억1000만 원(32.8% 증가)의 현금 배당을 받는다.
이처럼 10대 그룹 총수의 배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발맞춘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활성화엔 실패한 채로 부의 쏠림 현상만 키운 꼴이 됐다.
이 의원은 "성장의 과실이 가계가 아닌 재벌 대기업 곳간에만 쌓이고 있다"면서 "임금이 올라야 민간 소비와 서민경제가 진작되고, 소비가 진작되어야 디플레이션 현상도 극복할 수 있는데, 재벌 대기업들은 자신의 배 불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몰라라' 재계에 독촉만 한다고 임금이 오르나…"특혜 정상화 해야"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진입을 막기 위해선 가계 소득이 늘어야 한단 문제의식은 정부 또한 가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에도 "적정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최근 이 같은 분위에 발맞춰 최저임금 인상 수준 및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경영계는 임금 인상 불가론을 고수해 빈축을 사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5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특히 이 1.6%에 "통상임금 확대와 60세 정년 의무화 등 노동시장 제도 변화로 인한 임금 상승분이 포함된다"면서 "제도 변화로 인한 임금 인상분이 1.6%를 초과하는 기업은 임금을 동결할 것"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경총의 이 같은 '바람 잡기'는 삼성그룹 계열사 등이 임금을 동결하기로 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1759억 원의 현금 배당을 받게 된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줄줄이 임금 동결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언주 의원은 "재벌 대기업은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국민 희생과 자원으로 시장에서 힘을 키웠다"면서 이제는 "대기업에 집중된 특혜성 세액공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확하게 담보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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