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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110년 만에 폐지…헌재, '위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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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110년 만에 폐지…헌재, '위헌' 결정

9명 중 7명 재판관이 '위헌'…이정미·안창호 재판관만 '합헌'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 재판관)가 26일 간통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현행 조항이 생긴지 62년, 1905년 처음 대한제국 형법에 간통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을 넣은 지 110년 만에 간통죄에 대한 법적 처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가운데 7명이 위헌 의견을 밝혔다. 간통죄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은 폐지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한철 소장을 비롯해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이 위헌 의견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가 유지돼야 한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2008년 헌법재판소의 관련 심판에서는 4명의 재판관이 위헌, 1명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7년 만에 다시 이뤄진 간통죄 관련 심판에서는 이런 의견을 피력한 재판관이 2명 더 늘어난 것이다.

"성적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제한"…"간통죄 처벌에 대한 국민 인식, 더이상 일치하지 않아" 의견도

박한철 소장을 비롯해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며 "간통 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재판관은 이어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고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이수 재판관은 역시 별도 위헌 의견에서 "일률적으로 모든 간통죄를 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강일원 재판관도 별도 위헌 의견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 또는 제한하여 책임과 형벌간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의견을 밝혔다.

2명 재판관 "간통죄 폐지, 혼인과 가족 공동체 해체 촉진"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또 "간통은 단순히 윤리와 도덕적 차원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고,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는 우리 사회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간통죄의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사회 전반의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성도덕 문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결과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들 재판관은 또 "죄질이 가벼울 경우 선고유예까지 할 수 있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8년 11월 이후 간통죄 관련자 구제의 길 열려

이번 판결로 가장 최근의 합헌 결정이 났던 2008년 10월 30일 이후에 간통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의 공소 사실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이미 형이 확정된 사람들도 재심 청구를 통해 구제의 길이 열린다.

2008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간통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5만4667명이고, 이 가운데 22명은 구속 기소됐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형사 처벌 조항이 사라진만큼, 법원이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을 현재보다 더 강하게 물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길었던 간통죄 처벌 둘러싼 논란

간통죄 처벌 조항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역사는 길다. 1990년 처음으로 위헌 소송이 제기됐고, 법무부도 1992년 형법개정안을 내면서 간통죄 조항에 대한 삭제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지난 2010년에도 다시 간통죄 폐지 의견을 냈었다.

헌법재판소만 해도, 지난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나 이 조항의 위헌성을 검토했다. 마지막 판결이었던 2008년에는 헌법재판관 5명이 위헌 의견을 제시했으나,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 6명을 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합헌 의견을 제시한 헌법 재판관 가운데 일부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이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문제 의식이 다수였었다.

간통죄 폐지는 세계적 추세…일본은 이미 1947년 관련 조항 폐지

간통죄 폐지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였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더 인정하는 흐름이 강화되는 데 따른 것이었다.

남녀 간의 신의를 더 강조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도 간통제 조항이 남아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타이완 정도 뿐이었다. 중국의 경우는 현역 군인이나 그 배우자의 간통은 처벌하지만, 일반인의 간통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일본도 이미 1947년 관련 조항을 없앴다.

미국은 전체 51개 주 가운데 20여 개 주에 간통죄 처벌 조항이 남아있긴 하지만, 실제로 처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프랑스는 이미 1791년 프랑스대혁명 당시 간통죄 처벌 규정을 삭제했고, 이후 다시 살아났던 간통죄는 1975년 재차 폐지됐다. 독일은 1969년 형법 개정을 통해 간통죄 처벌 조항을 없앴고, 덴마크와 스웨덴은 1930년대에, 스위스는 1989년에,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는 1990년대에 간통죄 처벌 조항을 폐지했다.

우리나라는 1905년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에서부터 간통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부인의 간통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었는데, 1953년 남녀 모두 처벌 대상이 되는 현행의 간통죄 처벌 조항이 만들어졌다.

▲26일 간통죄에 대한 위헌심사 결정을 앞둔 헌번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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