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등 뒤에 불이 났다. 새빨갛다. 적신호다.
밤새 깜빡이던 그것을 아무도 올려다보지 않아 남자는 굴뚝에 올랐다고 했다.
보아야 하는 것들을 보려고 들지 않는 세상에서 있을 수 없는 자리에 몸을 뉘어야 하는 처지는 죄가 아니다.
들어야 하는 것들을 듣지 않는 세상에서 말해야 하는 것들을 말하지 않는 것이 죄다.
위태로운 고공에서 한 남자가 겨울 언 땅을 내려다본다.
깃 세운 사람들이 발등만 쳐다보며 걷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 김정욱 조합원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평택 공장 70여미터 높이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2009년 합당한 이유 없이 단행된 대량 정리 해고 이후 조합원들은 6년째 복직을 기다리고 있지만 회사는 여전히 난색이다. 지금까지 해고자와 가족 25명이 생활고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쇼크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편, 9일 법원은 굴뚝 위에 올라간 두 남자에게 열흘 안에 내려올 것과 불이행 시 매일 100만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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