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사업 일환으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추진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마다카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에 대해 여야 의원들 모두로부터 부적절한 투자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 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3일 광물자원공사와 석탄공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특히 1조5000억 원이 투자됐지만 운영사가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에 대해서는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볼레오 사업에서는 진작 철수하는 것이 낫지 않았겠는가"라며 "(볼레오 편중 투자 때문에) 공사의 기존 사업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상훈 의원도 "볼레오 사업에 대해서는 저도 의구심이 든다"며 "이미 운영사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를 결정했는데, 두고두고 문제가 될 의사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볼레오 광산은)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며 "11년이 지나면 투자비를 다 회수할 수 있고, 그다음부터는 이익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사장은 김관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하루 20톤 정도의 구리를 생산하고 있다'며 생산일지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책임" vs "노무현 정부 때 결정"
야당 의원들은 더 나아가 광물공사가 자체 판단으로 이런 무리한 사업을 벌였을 리가 있겠냐면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나 총리실 등 범정부 차원의 의사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광물공사 직원들이 지식경제부에 업무 보고를 했다"며 "공사 판단이라기보다 청와대·총리실이 (사업을) 지휘한 것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볼레오 투자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결정된 것'이라며 전날에 이어 다시 노무현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볼레오 사업을 (처음에) 누가 결정했느냐"고 질문해 고 사장으로부터 "이한호 전 사장"이라는 답을 끌어낸 후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사장이)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볼레오, 암바토비 모두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이한호 사장이 다 의사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반대로 "광물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부채 비율이 자본금 100%를 넘어본 적이 없는 건실한 회사였다"(홍영표 의원)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 과도한 투자로 지난 5년간 자본금의 세 배 이상을 증자했고, 1조 원을 또다시 투입하지 않으면 부도가 날 기업이 됐다"고 했다. 김현 의원도 "이명박 정부 당시 자주개발률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 무리한 투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암바토비 사업, 제대로 된 진단 없어"
8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주장(정의당 김제남 의원)까지 나온 암바토비 니켈광산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니켈은 세계적으로 과잉 공급인데 왜 이런 투자를 했나?"라며 이해할 수 없는 사업 확장을 했다고 공사 측을 질책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도 "처음 예상됐던 광산 건설비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가 뭐냐?"며 "이렇게 예측을 차이나게 할 수 있나? 철저한 준비, 제대로 된 진단이 없는 부분이 많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고 사장이 '저희도 현지 업체 등을 점검하는 일을 많이 한다'고 하자 "그건 당연히 해야지, 그걸 자랑처럼 얘기하느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고 사장은 "그런 부분은 저희가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당 홍지만 의원도 "(공사) 이사회에서 사업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아는데 증액을 수용한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암바토비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했으나 사업비의 90% 정도가 이명박 정부 때 지출됐다. 해마다 수백·수천 억 원씩 쏟아부어서 당초 투자비 2513억 원이 6배가 넘는 1조4000억여 원이 됐다. 그런데도 불량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형님' 이상득 사진집·찬조금 의혹도 도마에…
한편 이날 국정조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연관된 각종 의혹도 야당 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전정희 의원은 이 전 의원이 지난 2010년 1월 볼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김신종 당시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한국 기업인들로부터 8000달러를 '찬조금' 명목으로 걷어 이 전 의원에게 줬다는 <한겨레> 보도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자체 감사 결과 그런 일 없다'고 했다. 돈을 줬다고 밝힌 기업인 정기태 씨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것. 고 사장은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의 문답을 통해 △정 씨는 '4개 기업이 2000달러씩 걷어 8000달러를 만든다고 들었다'고 폭로했지만 정 씨의 회사 외의 다른 회사에서는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는 점, △이 전 의원은 해당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조치 중이라는 점 등을 들어 해명했다.
또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2010년 광물자원공사가 이 전 의원의 자원외교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발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과 김신종 전 사장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의원이 "광물공사에 계실 때 사진집을 만들지 않았냐. 거기에 SD(이 전 의원)가 그렇게 멋있게 나왔다고?"라고 묻자 김 전 사장은 "홍보실장이 기관 평가를 잘 받으려고 돌린 모양"이라고 말한다. 김 전 사장은 또 "평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100명쯤 되는 교수들에게 준 것"이라며 "그만두라고 소리지르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이를 "김 전 사장이 사진집 제작을 인정한 것"이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지난해에는 전정희 의원에게 사진집 제작 사실을 부인하며 '제작한 적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했었고, 고정식 현 사장도 "조사해 봤으나 이 전 의원과 관련된 화보는 만든 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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