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17일 "결론 난 바는 없다"면서도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는 기존의 방침과 한반도 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한미공조의 중요성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밑자락을 깔았다.
청와대는 불과 이틀 전인 15일 만 해도 "(연내 철군이라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었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일부 언론이 '국방부가 오는 19일 파병연장을 골자로 하는 임무종결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한데 대해 "결론난 바 없다"면서 "그 날짜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천 대변인은 "최근 정부 현지 평가단의 조사 결과 자이툰 부대는 민사재건 작전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고 현지 호응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면서 "이런 평가를 전제로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는 기존의 방침과 한반도 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한미공조의 중요성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당초 파병연장계획서 제출 예정일인 6월 말 이전부터 국방부 등에서 파병연장설이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책임있는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파병연장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 대변인은 "조만간 열릴 안보정책조정회의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조율할 것이고 적절한 시점에서 국민들께 밝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미종속성 논란' 피하기 힘들 듯
청와대가 '2007년 안에 다 철군시킨다'는 지난 해 대국회·대국민 약속을 정부가 어길 경우 또 다시 '대미종속성' 논란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천 대변인은 지난 15일에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미국 측이 파병연장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철군) 약속이 유효하지만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국회에 파병연장동의안을 제출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년(2007년) 6월까지 임무종결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철군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6월이 가까워 오자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파병연장이 필요하다'는 국익론이 국방부를 중심으로 제기됐고 결국 임무종결계획서의 핵심인 철군기한은 빠졌고 시한 확정은 9월 말로 밀렸다.
하지만 9월 말이 되자 이 시한은 10월 중순으로 다시 밀렸고 정부는 그제서야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현지에 파견했다. 이 평가단의 현장 실사 의견은 '파병연장' 쪽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허락해야 철군도 가능?
3개월 사이 아프간 피랍사태,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 돌발상황도 연달아 발생했다. 이 와중에 자이툰 부대장은 현지에서 국방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 병력도 감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내 철군 방침 변화 없다'는 청와대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보수적 언론들이 연달아 파병연장설을 보도할 때도 그 흔한 오보대응 한 번 없었다.
또한 지난 9월 초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미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를 극찬하며 '지속적 협력'을 당부했고 이로 인해 파병연장은 확실시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범여권의 한 의원은 "미군기지 이전협상이나 전략적 유연성 수용과 같은 맥락인데, 노 대통령은 대북문제 등도 있고 자신이 '자주'를 강조하기도 하는 만큼 부시 대통령에게 '성의'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사실상 미국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계속 주둔해야 되는 거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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