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로 커다란 위협에 처하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방역 당국이 지난해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H5N8가 철새에 의해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인분석을 내놓으면서부터다.
동아시아 대양주 이동조류 협력기구(EAAFP)는 이와 같은 원인 분석에 대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8은 "지금까지 야생조류에서 발생됐다고 보고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철새 무리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입증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가금류 농장에서 철새가 이용하는 저수지 같은 외부환경으로 인해 전염됐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야생조류는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고 48시간 안에 사망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을 통한 전파에 기여할 수 없으며, 동림저수지는 가창오리가 좋아하는 서식지로 전년도 10월부터 지내는데 1월 발병했다는 점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원인을 가창오리에게 찾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2003년 12월 10일. 다음 해 3월 20일까지 여파가 이어졌다. 이 시기에 7개 시·도와 10개 시·군에서 19건이 발생했으며, 인체감염 사례는 없었다. 방역당국은 이때부터 철새가 유입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첫 발생 뒤 10년이 흐르도록 명확한 원인규명을 내놓지 못하고,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8이 광범위하게 검출되고 국내 최초 발생이며, 오리와 종축농장 중심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러한 설명은 명확하지 않으며 사실관계와도 일치되지 않는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8이 2010년 중국 장쑤성 가금시장에서 발생한 바 있으나 농가발생이 없었으며, 그 뒤 발생보고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는 발생보고가 없다는 점에서 야생조류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8을 가져왔다는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야생철새가 우리나라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8을 전파하려면 장쑤성 가금시장을 방문해야 하나 이는 야생철새의 특성상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또한 2013년, 2014년 시기에는 중국의 발생보고가 없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더욱 낮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구마모토 지역 한 농가에서 발생했다가 방역이 종료됐으며, 미국질병관리본부(CDC)에 중국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검역본부에서 미국질병관리본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8 바이러스는 '고창1, 부안2, 동림3'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는 우리나라에 확산된 바이러스가 부안2 바이러스라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을 보면 가금시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고창1과 유사하다고 보고한다. 두 개의 논문이 구체적인 연관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고창1이 확산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확산된 것은 부안2인 것이다.
또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 H5N8형은 2001년, 2006년, 2010년 미국에서 도요새와 청둥오리에 대한 분리 보고가 있다. 따라서 야생조류에서 발생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분비물, 분변, 깃털 같은 것을 통해 농장으로 유입되어,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있다. 몽골에서 길버트(Gilbert)를 포함한 학자들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1년 동안 철새분변 7855건과 포획한 철새 2765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음성이었으며, 죽거나 병든 철새 141마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야생철새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장거리 이동의 원인이 아니라 희생양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야생철새가 어떻게 국내 축산 농가를 통해 오염에 노출되는지 경로 분석이 있어야 하며, 그 가운데 다음에 하는 제시를 깊게 검토해야 한다. 구제역 파동 뒤 중국에서 볏짚 같은 것을 통해 구제역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중국산 볏짚 사용을 금지시키면서 국내산 볏짚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볏짚의 소비는 추수가 끝난 들판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전에는 추수가 끝난 들판에 알곡이 많이 있었으나, 루핑을 통해 볏짚을 포장하게 되면서 들판에 야생철새 먹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들판의 변화는 야생철새 먹이조건 악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야생철새가 축산 농장과 만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방역당국이 철새 도래지에 대해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먹이 주기 행사를 하던 사람들을 포함, 민간인의 철새서식지 접근을 막음으로써 부족한 먹이로 영양공급에 위기를 느낀 철새들이 먹이가 있는 축산 농장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야생철새 서식지 자체를 소독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 머무를 수 있도록 먹이를 주어, 축산 농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야생철새의 건강성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축산 농가의 가금류, 난좌, 농기계, 분뇨차량, 가금 이동차량 같은 것에 의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옮겨질 가능성이 있고, 수평적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축사 안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할 체계를 구축하고 사육환경을 개선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원인을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 사항이다. 현재 물리적 환경 가운데 온도에 대한 관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육되고 있는 오리의 경우, 여름철 온실효과에 따른 저항성 감소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아울러 차단방역에 대해 집중해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가축방역당국의 역학조사위원회가 형식으로 존재해 실질 조사를 실행할 수 없으면서도 역학조사위원회 이름으로 원인을 발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가축방역당국이 축산방역정책의 실패를 말 못하는 야생철새에 떠넘기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자기 고백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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