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대책회의 등을 '좌파단체'로, 시위대의 발언이나 구호를 '저주'로 표현한 <조선일보>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조선일보에 대해 "진보단체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을 앞세워 기사와 제목을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2015년 1월 기사 심의에서 전국 일간신문의 기사 22건에 대해 경고(2건)와 주의(20건)를 줬다. 대구경북 일간신문 가운데는 <영남일보>가 해명이나 반론을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구일보>와 <경북일보>, <경북매일>이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각각 '주의'를 받았다.
'좌파단체'…"왜 '좌파'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015년 1월 2일자 A12면 "저주의 밤이 된 '제야<除夜>의 밤'/좌파단체들 세밑 도심서 동시다발 집회… 저주‧욕설 퍼부어" 기사와 제목 모두 '주의'를 받았다.
사회면 톱으로 보도된 이 기사는 '송구영신의 밤'이 돼야 할 12월 31일 서울 도심에서 좌파단체들이 동시 다발로 집회와 시위를 벌여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의 스케치 기사로, 이날 집회.시위의 주체를 '좌파단체'로 기술하고 작은 제목에도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또, 큰 제목에 '저주의 밤'이라는 표현을, 기사에도 '대통령을 저주하는 구호를 외치고' 등의 표현을 썼다.
그러나, 신문윤리위는 이 같은 '좌파'와 '저주'라는 표현과 내용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먼저 '좌파'라는 표현과 관련해 "기사에 인용된 단체는 세월호국민대책회의, 서울진보연대, 횃불시민연대 등 3곳으로, 기사의 맥락으로 보아 좌파 단체는 이들 3곳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단체가 왜 좌파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이유나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좌파'·'우파'란 법적 용어도 아니며 그 개념은 시대와 장소,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상대적이고 △게다가 우리 사회 구성원 다수에 의해 합의된 일관된 개념으로 보기도 어렵고 △이 기사에 언급된 단체들의 경우 스스로 '좌파'라고 내걸지도 않았거니와 이들 중 어떤 단체가 스스로를 '좌파'로 인정할지도 알 수 없다"면서 "따라서 객관적인 타당성이나 사회적 합의, 당사자들의 동의나 인정 따위가 없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를 지목해 이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주의 밤'…"대통령을 상대로 '저주'했다고 볼 대목 없다"
신문윤리위는 또 '저주의 밤'이라는 제목과 '대통령을 저주하는 구호를 외치고'라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저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도입부에서 "'송구영신의 밤'이 저주와 막말, 욕설과 행패로 얼룩진 살풍경한 밤으로 변했다", "시위대는 가족과 친구, 연인들을 헤집고 행진하며 대통령을 저주하는 구호를 외치고 장구나 꽹과리를 두드려댔다"고 기술하고, 큰 제목에도 '저주의 밤' 표현을 넣었다.
신문윤리위는 그러나 "이들의 구호나 발언 내용을 놓고 일부 시민들이 '저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언급이 있을뿐 시위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저주'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또, 세월호국민대책회의 문화제에서 "2년 전 대선에서 남자 논개의 심정으로 박(근혜) 후보를 끌어안고 남강에 떨어지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해 아쉽다. 거사에 실패해서 아쉽다"는 발언이 있었고, 서울진보연대 시위대 피켓에 '박근혜 이년 어둠의 이년 행복의 2015년'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으며, 횃불시민연대 시위대가 "다카기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칭)의 피가 열사의 동상을 더럽히고 있다. 부숴버려!" 발언을 했다고 기술했다.
"진보단체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을 앞세워 작성"
신문윤리위는 그러나 "이같은 발언이나 글귀는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나 욕설로는 볼 수 있어도 저주하는 것이라 하기는 어렵다"면서 "'저주'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빌고 바란다는 뜻으로, 기사에서 인용한 "저주를 퍼붓는 저들은 누구냐", "한 해 마지막 날, 새해가 시작되는 날을 저렇게 저주로 시작한다면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느냐"는 시민들의 발언은 시위대의 반정부 구호나 욕설을 저주로 인식했다기보다는 시위 때문에 겪은 불편함이나 불쾌감 등을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설사 일부 시민들이 그것을 저주라고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인식만으로 시위대의 발언이나 구호를 저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신문윤리위는 이에 따라 "이 기사와 제목은 진보단체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을 앞세워 작성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면서 "이 같은 보도 태도는 신문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언론의 자유·책임·독립」③(사회적 책임), 제3조「보도준칙」①(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제10조「편집지침」①(표제의 원칙) 위반)
'먹튀'…"왜 '먹튀'인지 추가 설명 없다"
"대구 수성의료지구 롯데 먹튀의 그림자/상업지구 매입계약 확인/'이시아폴리스 재판' 우려"기사와 제목 모두 '주의'를 받았는데, 이 기사는 롯데가 대구 수성의료지구 내 유통상업지구 부지를 대규모 사들였고, 여기에 쇼핑몰 또는 아울렛 시설을 설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는 대구시 봉무동에 있는 '롯데 아울렛 이시아폴리스'를 프리미엄 명품 아울렛으로 만들겠다는 당초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전례"를 문제 삼아, 명품이 아닌 평범한 아울렛 매장을 차리는 바람에 "지역의 명품 쇼핑객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현상까지" 낳는 등 대구가 영남권의 명품 아울렛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놓치게 했다며 이시아폴리스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시와 시민들은 롯데가 또다시 '먹튀'하지 않도록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지역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도 소개했다.
신문윤리위는 이 기사에 대해 "롯데의 약속 불이행이 왜 '먹튀'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은 없다"고 비판했다.
"해명이나 반론 여지 크지만 지면에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편집자는 기사 큰 제목을「대구 수성의료지구 롯데 먹튀의 그림자」라고 달아 '먹튀'를 기정사실화했다"면서 "제목만 놓고 보면 롯데가 잘못은 저질러 놓고 돈만 챙겨 달아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목이나 기사 내용으로 미뤄 당사자인 롯데로서는 이미지 훼손과 더불어 영업 전략이나 성과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해명이나 반론의 여지가 크다고 여겨지지만 영남일보는 이를 지면에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보도태도는 보도의 객관성과 신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④(답변의 기회), 제10조「편집지침」①(표제의 원칙) 위반)
경상북도·문경경찰서 제공 사진 출처 없이 게재…"저작권 침해"
<대구일보>와 <경북매일>, <경북일보>는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각각 '주의'를 받았다.
해당 기사는 대구일보 1월 7일자 3면 "'신도시 조기 활성화' 국비 추가확보 당부" 기사의 관련 사진, 경북매일 1월 7일자 2면 "도청 신도시 조성공사 빈틈 없게" 기사의 관련 사진, 경북일보 1월 7일자 4면 "서초 세모녀 살해 40대 가장 문경서 검거" 기사의 관련 사진이다.
신문윤리위는 "대구일보와 경북매일은 김관용 경북지사가 도청 신청사 건설현장을 방문한 장면을 담은 경상북도 제공 사진을, 경북일보는 문경경찰서가 제공한 서울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 용의자 압송 사진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게재했다"면서 "이러한 보도 행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8조「출판물의 전재와 인용」④(사진 및 기타 시청각물의 저작권 보호) 위반)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매월 기사.광고 등에 대해 심의한 뒤,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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