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사내 하청업체의 위험 작업과 관련해 원청 사업자에게도 공동 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의 '산업현장 안전보건 혁신을 위한 종합계획'을 27일 발표했다.
하청노동자에게 위험 업무와 산재가 집중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방편인데, 원청 책임을 묻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 '미봉책'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종합 계획의 핵심은 하청업체의 위험 업무에 원청 사업주에게도 공동의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의 책임 역시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11건의 사망 사고에서 사망자 전원이 하청업체 소속인 것으로 드러나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거셌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유해·위험 업무 작업을 하청업체에 도급 위탁할 경우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이 확보되도록 도급 인가 제도를 강화키로 했다. 작업 방법의 위험성, 사용물질의 유해성 등을 따져 도급 인가대상을 확대하고 인가 기간도 3년마다 재인가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밀폐공간 작업과 같은 위험 작업의 경우, '사전 작업 허가제'를 도입해 원청과 하청이 상호 간 위험관리 및 의사소통이 강화되도록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또 건설 현장에서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다 사고가 빈발하는 점을 감안해, 불가항력이나 발주자의 책임 등으로 건설 공사가 중단될 경우 발주자에게 공기를 연장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노동부는 작업 유형·공정별 노동자 대표가 업무의 위험성 평가에 참여토록 의무화 해, 현장 책임자에게 안전수칙 미준수자에 대한 작업 제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업무의 위험성 인지 시 노조나 노동자가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재계 모두 일제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기존 대책의 반복이거나 자본과 경제부처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후퇴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산재 사망에 대한 기업 처벌 강화 및 위험 업무의 도급 금지 방안 등 연이은 중대 재해를 막기 위한 '핵심 조치'들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금번 계획의 핵심은 하청 산재 문제임에도, 노동부는 유해업무 및 상시고용 도급 금지를 경총 등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삭제했다"면서 "더 이상 재발 대기업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죽음의 행진'을 멈추기 위한 진정한 혁신 계획을 수립하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계획이 사업주 규제 및 처벌 강화에 치우쳐 우려된다"면서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의 공동 안전보건 조치 의무 부여와 유해작업 도급 제한 규정은 원청의 의무와 책임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조치"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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