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나오니 이번엔 취업 전선이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세상 속에 청년들은 꿈을 잊은 채 오로지 전진해나간다. 지친 청춘들의 미생을 위로하기 위해 나선 영화가 있으니 바로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다. 영화 말미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로 영화의 목적은 더욱 뚜렷해졌다.
정유정 작가의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미쳐서 갇힌 수명(여진구 분)과 갇혀서 미친 승민(이민기 분)의 우정과 성장담을 그린 작품이다. 수명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 탓에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로 세상과 맞서기보다는 피하고 숨기를 택한 정신분열환자다. 반면 승민은 깨지고 다쳐도 자신이 생각한 모든 것을 이뤄내고 마는 도전적인 인물이다.
영화는 원작의 무게감을 덜어낸 채 승민과 수명의 스토리 라인에 집중하며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나리오 각색에 공들인 문제용 감독은 원작 속 여성환자의 성폭행 사건을 제하고 정신 병동의 묵인된 폭력과 폭언의 세기를 낮춰 밝기 조절에 나섰다. 그럼에도 포스터와 예고편이 주는 가벼움과 유쾌함을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원하는 만족감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허나 현실적인 상황에 공감을 표할 수는 있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수리희망정신병원은 현대사회의 축소판으로 여겨지며 주인공 수명과 승민은 청춘들의 자화상을 극대화시켜놓은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원작의 인기로 영화 제작 발표 당시 각종 가상캐스팅이 난무할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원작 소설에 반해 영화 제작까지 꼬박 4년을 기다린 이민기부터 자신과 너무도 다른 수명 캐릭터에 끌렸다는 여진구, 가상캐스팅 1순위로 꼽혔던 배우 김기천 이외에도 유오성, 박두식, 김정태, 신구 등 충무로 신구 연기파의 만남으로 극은 연기 구멍 없이 매끄러운 흐름을 이어간다.
배우 이민기의 발견이라고 할 만큼 그의 통통 튀기는 매력이 일품이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멜로부터 액션, 스릴러까지 누볐던 그의 연기가 농익을 대로 농익어 승민 내면의 깊은 아픔부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부딪치는 면까지 완벽한 감정선을 그려낸다. 특히나 이민기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은 채 "오빠 왔다", "미쓰리, 우리 찐하게 데이트 한 번 할까" 등의 대사를 내뱉는 천진난만함 속에 그의 매력은 곱절이 된다.
이민기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상대 배우 여진구의 탄탄한 연기 덕분이다. 아역배우에서 이제는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서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여진구는 꿀성대로부터 시작되는 나긋한 내레이션과 함께 자신만의 수명을 탄생시켰다. 띠동갑내기 배우 이민기와 여진구는 위화감 없는 모습으로 동갑내기 친구로서 우정을 나눈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오그라들었다고 고백한 "너 정말 여기 혼자 있고 싶어? 내가 없는데도?" "싫어. 400억을 준대도"라는 대사를 정점으로 남남 케미스트리는 꽃을 피운다. 다가올 청춘을 기다리는 이, 청춘을 즐기고 있는 이, 청춘을 그리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프레시안=뉴스컬처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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