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연설이 화제다. 명연설이었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무대는 미국 프로야구 스카웃 재단(PBSF)이 개최한 '야구의 정신' 시상식이었다. '야구 개척자상'을 수상한 박찬호는 자신의 연설로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개척자는 외롭고 힘든 자리다. 그렇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그의 말은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삶을 웅변한다.
박찬호는 야구뿐만이 아니라 스포츠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스포츠 스타로서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박찬호가 보여준 기부와 사회공헌활동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롤모델이었다. 97년 재단법인 박찬호장학회 설립 이후 홍명보, 박지성, 최경주, 김연아, 장미란 등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꿈나무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사회공헌활동은 몇 가지 특징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다. 꿈나무 육성에 주력하고 '꿈과 도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성공모델을 위한 조건 없는 투자이고 기부라 할 수 있다. 전문성을 충분히 살린 이들의 공헌활동은 성공을 위한 도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포츠 스타답게 엘리트 선수 육성에 헌신하고 있다.
억울한 피해를 본 선수들에게도 공통적인 특징은 있다. 피해자가 된 순간, 그들 곁엔 아무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스포츠계엔 협동과 희생, 의리가 넘친다는데 정작 불편한 사건이 터질라치면 모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불똥 피하기에 급급해 쉬쉬할 뿐이다.
계약금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난 신고선수들을 위해 박찬호가 한마디 하면 어떨까? 홍명보가 K리그 판정문제를 당차게 꼬집었다면 어땠을까? 장미란이 2013년 역도대표팀 성추행 당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삼성중공업이 럭비팀을 해체한다는데 '비인기 종목 럭비팀 살려주세요' 라고 외치는 스포츠 스타는 왜 없을까? 셀러브리티의 관심이 만병의 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국민적 관심이란 강력한 예방약은 얻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에서의 구조적 문제, 사회적 정의에 무관심한 스포츠 스타들을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공헌하고 기부하며 받은 사랑을 되갚고 있을 뿐이다. 다만 가난한 이들에게 당장 급한 빵을 건네주는 이도 있어야 되겠지만 그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알려주는 이들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빵을 건네주는 박찬호와 홍명보, 장미란 등이 있으니 이젠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알려주는 새로운 박찬호와 홍명보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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