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를 당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급기야 인종주의적인 색채를 띤 극우 정당들의 지지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이자 '김재명의 월드포커스'를 연재하고 있으며 성공회대 겸임교수 겸 국제분쟁 전문기자인 김재명 조합원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애국주의와 전쟁의 바람이 불었는데, 이번 프랑스 테러가 또다시 이러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조합원은 "또 다시 이런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폭력적인 결과적 현상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나와 다른 것, 내가 아닌 것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인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샤를리 에브도> 편집진이 표현과 언론의 자유가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조합원은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이 마치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 즉 종교로 인한 갈등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사랑, 이해, 배려, 용서, 화해 등이 현실 사회 속에서 실천된다면 전쟁이 없을 것"이라며 "전쟁, 갈등, 폭력이나 테러가 일어나는 것은 종교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종교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독교 문명에서 생활해 온 사람들도 다른 문명과 종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이런 테러의 씨앗이 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테러가 일어나게 된 배경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분쟁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
김 조합원은 지난 10여 년간 세계 20여 개국의 분쟁 현장을 취재하며 국제분쟁전문기자로 활동해왔다. 분쟁 지역을 취재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 그는 "한반도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는 관심이 넓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조합원은 "<중앙일보>재직 시절에 주로 쓴 글이 한국 현대사였다. 1948년 해방 공간에서 통일이냐 분단이냐의 기로의 시점에 있던 이른바 '해방정국'이 관심을 두고 취재했던 사안"이라며 "취재 과정에서 남북 분단의 씨앗은 일본의 지배와 당시 강대국이었던 미국·소련의 세계 분할 구도가 작용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우리의 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다른 나라 분쟁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평화를 어떻게 이루게 됐는지, 또 평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무엇 때문인지 등등을 살펴보게 됐다. 남의 문제를 보면서 우리 문제를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관심을 넓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지역에 들어가서 취재활동을 벌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포탄이 오고 가는 한복판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조합원은 "평화롭지 못한 지역이다 보니까 안전문제가 있다"면서도 소련의 붕괴를 전후로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며 취재를 하는 환경도 그에 따라 이전과는 다소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세기 후반에 소련이 무너지고 난 뒤 지난 25년을 돌아보면 국가 간 전쟁보다는 국가 내부의 전쟁이 많았고 거기에 강대국이 개입하는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며 "전선이 형성돼있지 않고 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조합원은 "국가 간 전쟁으로 전선을 취재하는 것처럼 폭력에 완전히 노출되는 상황이 많지는 않"지만 "폭탄테러나 납치, 격앙돼있는 사람들로부터의 폭력 등 위협적인 상황에 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분쟁의 현장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는 미국 뉴욕시립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이후 국민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아 현재 성공회대학교의 겸임 교수로 재직하고 있기도 하다. 국제정치학적인 이론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 조합원은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오늘의 세계 분쟁>등의 저서를 펴냈다.
그는 달라진 국제 정세를 반영해 이전 책들의 개정판을 준비하는 한편 전쟁과 관련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또 하나의 신간을 준비하고 있다. 올여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해 김 조합원은 "전선에 투입된 총알받이 병사들이 어떤 생각으로 전쟁을 할까를 비롯해 소년병과 난민, 여성 등 전쟁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 군사복합체 등 전쟁과 관련한 사회 모습들을 기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