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및 원내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앉아 정치 현안을 논의했다. 이른바 '2+2' 회담이다. 회동은 웃음 띤 분위기 가운데 시작됐으나, 야당 지도부에서 청와대에 대한 날선 비판이 터져나오면서 서로 뼈 있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소리장도(笑裏藏刀)의 분위기라 할 만했다.
15일 오전 새정치연합 대표실에서 마주앉은 여야 수뇌부는 덕담으로 인사를 시작했다. 방 '주인'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손님 맞는 것 같다"며 여당 지도부를 환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문 위원장께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박근혜 정부 성공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말에 큰 감동을 느끼고 있다"며 "문 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를 저희들은 매우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사랑하면 '2중대' 소리가 나오더라"며 최근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 등의 비판을 상기시킨 뒤 "청와대가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여당에 칼을 뽑았다. 문 위원장은 "공직 기강의 모범이어야 할 청와대가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에 휘둘린다고 봤는데 '문고리 3인방', '십상시'에 이어 이제 일개 행정관이 국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건 기가 막힌 현실"이라고 맹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그러면서 "김 대표가 그 와중에 너무 시달리고 있다는 데 대해서 뜨거운 동료애와 동지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청와대·친박계의 갈등을 언급한 것이다. 문 위원장은 "청와대는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인적 쇄신을 비롯한 국정 전반의 쇄신에 여야 없이 힘을 보탤 준비가 돼 있으니 철저하게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칭찬도 며칠 하면 그런(안 좋은) 법인데, 대통령 공격은 그만 하시죠"라며 "매일같이 하니까 좀…"이라고 불편함을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말씀을 충분히 하셨으니 여당도 반성하고, 생각도 하고, 야당 바람을 축약해서 우리도 청와대와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숨 쉴 틈을 좀 달라"고 했다.
다만 이 원내대표도 사표가 수리된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을 겨냥해 "직위를 볼 때 그런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들의 잘못으로 국가기강이 무너진 데 대해 저희들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좀 개선이 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문 위원장과 우 원내대표 취임이후에 국회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두 분이 아니었다면 작년 그 힘들었던 세월호 정국을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통과시킬 수 있었을까, 공무원연금 특위를 만들고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그러나 '숨쉴 틈'을 주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발언 첫머리에 "오늘까지는 공격하고 내일은 숨쉴 틈을 드리겠다"며 "여야는 소통하고 국민에게 걱정 끼쳐 드리지 말자고 하는데, 문제는 청와대가 자꾸 숨쉴 틈을 안 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제발 그만하라. 계속 문제가 나오기에 공격을 안 할 수가 없다. 어지간하면 공격을 자제하려 했는데 행정관, 비서관, 민정수석 등이 계속 사고를 치니 숨을 쉴 수가 없다"면서 "매일 사고를 치니까 '이건 안 되겠다' 해서 이 좋은 자리에서 문 위원장과 저까지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의 말이 끝나자 이 원내대표는 "오늘까지만 숨 못 쉬게 하고 내일부터는…(비판하지 말라)"고 다시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우 원내대표는 이에 "내일부터 사고 안 치면 그렇게 해 주겠다"고 농담으로 응수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회동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등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2월 임시국회 중에 하기로 합의했다. 단 선거구 획정 자체는 국회가 아닌 독립적 기구를 구성해 하기로 했다.
개헌특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새정치연합이 이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에서 '개헌 필요성은 공감하나 어려운 경제 사정들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대해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2월 임시국회 중에 처리하되 법리상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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