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분뇨를 배출하지 못해 그대로 쌓여 있는 상태에요. 출하할 생각은 꿈도 못 꿉니다. 조만간 이동 제한이 풀린다고는 하지만 좀 더 기다려 봐야죠. 먹고 살 일이 막막합니다"
세종시 연서면의 구제역 발생 농장 1km 인근에서 돼지 5천여 두를 사육하고 있는 천 모씨(49)는 "매일같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 종일 축사를 소독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일 구제역 여파가 세종시까지 덮친 가운데 지역 축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가축과 사람의 이동이 전면 금지되는 '이동제한 조치'가 걸려 농민들의 고충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분뇨의 외부 배출이 금지되고 가축 출하도 아예 막혀버린 상태다. 출하가 안 되니 자금 회전도 안 될뿐더러 생계까지 타격을 입고 있는 게 연서면 축산 농가의 모습이다.
세종시는 구제역 발생 농가 돼지 226마리를 살처분하고, 10일까지 가축 8만 7000두에 대한 2차 예방접종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관내 소독차량과 공무원 및 공수의 등을 총동원해 인근 지역을 집중 방역하는 등 구제역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내 축산 농가들 역시 행정기관의 방침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축사 내·외부를 긴급 소독하는 한편, 우제류에 대한 임상검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농가들은 일단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전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살처분 시 보상이 따르기는 하지만 이는 겨우 현상 유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살처분 후 다시 원래 상태로 복구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제로에서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구제역 발생 농가 500m 안쪽으로는 28가구에 9459마리의 우제류가 사육되고 있다. 3㎞ 이내에는 모두 219가구 2만 2833마리에 달한다. 천 씨의 농가는 구제역 발생농가와 초근접 지역이어서 특히 위험한 상황이다.
천 씨는 "어느 농가든 한번 구제역이 발생하면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면서 "현재로써는 방역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천 씨 농장의 경우 지금껏 구제역에 전염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그는 "그래서 더 긴장된다"며 "살아 있는 동물이라 전염성에 취약해 일 년 내내 걱정거리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천 씨는 "농가가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 "백신 접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농가들은 지침에 따르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성 질병인 구제역은 전염성이 매우 커 백신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성도 있다"면서 "관계 당국에서 백신 효과에 대해 재차 확인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사태가 축산농민들의 이동 문제와 방역 소홀로만 몰아세우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세종의소리=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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