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 70미터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자들이 굴뚝 밑에서 제공되는 물과 음식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14일 쌍용차의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해고자들과 만나며 노사 대화의 물꼬가 트인 가운데, "이미 7년을 기다린 해고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이 잔인한 시간을 끝내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늘(14일) 아침 식사와 물 등 농성물품이 올라오던 밧줄을 위에서 묶었다"라며 "앞으로 일체의 물품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창근 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은 15일로 굴뚝 농성 34일을 맞았다.
"농성물품 거부는 우리를 빨리 내려달라는 구조 요청"
이 실장은 "마힌드라 회장과의 만남으로 이제 대화의 빗장이 풀린 것"이라며 "이제까지 유령 취급을 당했던 해고자들의 존재를 회사가 인정한 것이고, 그렇다면 이제 내일(15일)이라도 당장 교섭 일정을 잡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7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더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음식과 물, 방한용품 등을 거부하는 것이 "이곳에서 우리를 빨리 내려달라는 구조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 잔인한 시간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우리가 굴뚝 위에서 상체를 내려 손을 뻗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는 "마힌드라 회장이 출국을 했고 신차 발표회도 마쳤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중요하게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화 국면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실장은 굴뚝 밑에서 제공되는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 '단식 농성'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굴뚝 위에 아직 남아있는 비상 식량으로 버티겠다는 것이다. 현재 굴뚝 위엔 소량의 라면과 육포, 생수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빨리 굴뚝에서 내려가고 싶어서 한 끼라도 덜 먹겠다는 것"이라고 했지만, 혹한의 날씨에 2명의 농성자가 채 며칠도 버틸 수 없는 조건이다.
"티볼리 성공이 해고자 복직의 '전제 조건' 되어선 안 돼"
이 실장은 마힌드라 회장이 신차 '티볼리'의 성공을 사실상 해고자 복직의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신차가 잘되면 해고자들이 복직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런 논리라면 신차에 해고자들이 깔려죽을 수도 있다"면서 "회사가 해고자 문제를 '조건부 미끼' 식으로 엮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마힌드라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신차 발표회에서 "해고자 복직보다 회사의 수익 창출이 우선"이라며 즉각적인 복직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티볼리가 선전하고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순차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것이고 그 인력은 2009년 해고자들 중에 뽑게 될 것"이라며 이른바 '조건부 복직'을 언급한 것이다. (☞관련 기사 : 쌍용차, 해고자 이용해 '티볼리'만 팔겠다?)
신차 출시와 맞물려 방한한 그는 이튿날인 14일엔 쌍용차 평택공장을 방문해 쌍용차 인수 이후 처음으로 해고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그는 김득중 쌍용차지부장과의 면담에서 "굴뚝농성자와 해고자들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현재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도록 노력하자"고 말해, 노사 대화가 끊겼던 쌍용차 사태의 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관련 기사 : 마힌드라-해고자 면담, 진전된 해법 논의없이 종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