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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배후' 파문, 12월 18일 밤에 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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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배후' 파문, 12월 18일 밤에 대체 무슨 일이?

이준석이 밝힌 사태 전말…"청와대, 유승민의 후속 조치 요구 묵살"

문건 유출 사건 배후로 거론된 'K'와 'Y'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목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김 대표가 자신의 수첩에 사건 배후자로 생각되는 이들을 적어놓은 것으로 풀이됐던 이번 사건은, 김 대표가 자신이 배후자로 지목됐다는 전언을 수첩에 옮겨놓은 것으로 정정돼 알려지며 일대 파문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 관련 기사 : 수첩 속 K는 김무성 Y는 유승민…與 막장 내분)

두 사람을 배후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이는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이를 김 대표 등에게 알린 이는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8일 밤 6명이 모인 술자리에서 이 같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대위원은 13일 저녁 프레시안 등 일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의 시작점과도 같은 지난해 12월 18일 술자리에서 오간 얘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비대위원은 "팩트(사실)만을 말할 뿐"이라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신뢰 속에서 정치를 시작했다"고 했다.

"수첩 K, Y는 음종환 입에서 시작된 것"

12월 18일 술자리는 청와대 인근에서 마련됐다. 이 전 비대위원은 애초 참석자는 아니었으나 연락을 받고 자정이 가까워져서야 뒤늦게 자리에 합류하게 됐다.

분위기는 3시간 가까이 험악 일변도였다고 한다. 당시는 청와대 문건 유출 및 정윤회 비선 실세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던 때로, 이 전 비대위원은 종합편성채널 등에 출연해 청와대나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놓기도 했었다.

이 전 비대위원의 이 같은 방송 평론이 탐탁지 않았던 음 행정관은 당일 술자리에서 "요즘 OOO의 지령을 받는 거냐", "팩트가 아닌 얘기는 하지 말라"는 등의 말을 하며 성을 냈다고 한다. '입막음' 성격이 강한 질타다. 음 행정관은 유출된 문건에서 '십상시'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사람이다.

음 행정관은 술자리 말미에 접어들어선 '김무성·유승민 배후설'을 제기했다. 문건 작성 및 유출자인 박관천·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공천을 받기 위해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 대기"를 했다는 게 음 행정관이 제기한 배후설의 내용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조응천과 유승민이 둘 다 대구 출신이란 거 하나로 그런 얘기를 (음 행정관이) 했다. 너무 말이 안 되니 내가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 달라'고도 몇 번이나 얘기했다"고 말했다.

전후 상황을 종합하면 음 행정관은 검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전부터 박관천·조응천이 공천, 즉 '사심' 때문에 문건을 유출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또는 친박과 '각'을 세워 온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지목됐다는 것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그쪽(친박 및 청와대)에선 김 대표가 문건 유출 등의 사건에서 청와대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김무성·유승민, '배후설' 전해 듣고 후속 조치 시도"

이 전 비대위원은 이후 지난 1월 6일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만나 음 행정관의 말을 전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이를 "경고 알림"을 띄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너무 말이 안 되는 얘기니까. 그리고 적어도 당 대표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얘기를 전해 들은 김 대표 등은 이 전 비대위원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야 했다. 이를 위해 술자리에 있었던 손수조 씨에게 당일 상황을 묻기도 했으며, 청와대에도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고 이 전 비대위원은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대화조차 쉽게 이뤄질 수 없는 형편이었다. 김 대표와 김 비서실장의 통화가 끝내 불발돼 유 의원이 청와대 안봉근 제2부속실 비서관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김 대표의 '수첩 메모'에 담긴 이니셜의 실명이 공개된 13일 음 행정관은 이 전 비대위원에게 12월 18일 술자리와 관련해 '훈계조로 얘기한 건 선배의 정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고 이 전 비대위원은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음 행정관은 "(이 전 비대위원이) 만나자고 하기에 또 만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아 한마디 해준 것"이라며 "기분나쁠 수 있으니 훈계는 아니고 좋게 한마디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달에 걸친 김무성 수난시대…그리고 수첩 파동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14일 기자들을 만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1월 6일) 이후 이 씨와 통화한 일 없다"고 부인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음 행정관에 대한 조사나 이 전 비대위원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비대위원은 "청와대로부터 후에 관련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내가 먼저 연락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기도 좀 그렇지 않나. 이렇게 그냥 넘어가려는 건가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모습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작성된 문건이 대량으로 유출됐음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조처하지 않았던 지난해 초·중순 때 모습과 닮았다. 청와대의 미흡한 사후 조처, 또는 비주류와의 '거리 두기'식 행태가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대표와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 사건 이후인 지난해 연말엔 당내 친박(親박근혜)-비박 간 충돌이 어느 때보다 거셌다.

돌이켜 보면, 12월 18일 음 행정관은 술자리를 통해 '김무성·유승민 배후설'을 제기했고 그다음 날인 12월 19일엔 김 대표를 배제한 채로 당내 친박 의원들만 청와대에서 만찬을 했다.

이후 김 대표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영입 시도와, 권오을·안경률 전 의원의 당직 발령 문제가 불씨가 되며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 대표가 전면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다.

친박계 의원들은 12월 30일 '국가경쟁력강화포럼' 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에 대한 불만 섞인 말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朴대통령, 친박과 비밀 회동…계파 갈등 도지나?)

김 대표는 겉보기엔 사태 수습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친박 의원들만 청와대에서 만찬을 한 것을 두고도 "좋은 일"이라고 했고, 때마다 "당과 청은 한 몸"이라거나 "새누리당 내에 계파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김 대표가 당·청 간 '개헌' 충돌을 계기로 지나치게 꼬리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지난 12일 'K, Y'가 적힌 수첩이 본회의장에서 찍힘으로써 김 대표가 열세에 있던 당-청 관계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로서는 '우연한 기회'에 음 행정관의 '배후설 제기'가 알려진 덕택에, 청와대를 상대로 한 목소리 내기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김 대표는 14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첩 사건을 설명하며 '음해'란 표현을 썼다.

그는 "(배후설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황당해서 메모를 해놨지만 신경 쓰지 않았고, 본회의장에서 메모를 찾다가 찍힌 것이다"라면서 "그런 음해 당하는 것도 싫은데 제가 의도적으로 사진 찍히려고 누명을 씌우는 일부 언론도 너무 황당하다"고도 했다.

또 "(청와대에) 소통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저도 대통령과 더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음종환 행정관은 "박관천의 배후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조응천은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유승민을 만나고 다니고 김무성에게 들이대는 그런 사람이다'고 했을 뿐,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얘기는 전혀 안 했다"고 했다.

음 행정관은 "조 전 비서관이 대구 공천을 받으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닌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면서 "그건 팩트"라고 말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이 전 비대위원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뿐이란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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