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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미니 데탕트' 이룰 절호의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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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미니 데탕트' 이룰 절호의 기회가 왔다

[기고] 주도권 싸움에 함몰되지 말아야

통일정책은 외교·안보정책과 함께 국가수반인 대통령의 의제(agenda)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를 관장하는 행정부 내 기구들이 광범위하게 조직되어 각자 주어진 역할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여기에다 작년 7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매머드급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신설되어 통일담론과 정책의 동력이 한층 강화됐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렇다.

이런 이유로 과거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존재했던 관변통일론들이 봇물처럼 쏟아질까를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순수 민간 차원의 통일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행)정부의 통일논의 독점시대가 사실상 종언(終焉)을 고한 셈이다. 동시에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이한 올해 어떠한 형태로든 남북한 관계에 변곡점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민의의 전당인 국회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불문하고 어느 때보다 세를 얻어가고 있다. 국회가 정부의 통일 정책 추진방향을 지원·보완하면서, 당국 간 관계 정상화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2월 19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뜻을 모아 남북국회회담 추진 의지를 담은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남북국회의장 회담'개최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

이는 국회가 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 및 국민합의에 의한 통일준비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북한당국에게도 대화의 장으로 나와 남북관계 및 민족통일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협력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국군포로·납북자 귀환,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 식량지원 등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지원 사업 등을 논의하기 위하여 남북당국이 조속한 시일 내에 조건 없는 대화를 실시할 것을 국회가 재차 강조했다.

마침 지난 12월 29일 통일준비위원회가 이번 달에 남북회담을 개최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북한 신년사가 채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회담 카드를 꺼냈다. 이는 그동안 경색된 남북관계를 완화시켜보려는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대화의 경로는 핵문제, 인권 등 민감하고도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보다는 이산가족 문제 등 시급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덜 민감한 것부터 우선 풀어보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능주의적 방식이다. 수석대표의 격도 장관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그럼에도 회담 성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은 우선 우리 측의 회담 제의에 직접적인 언급은 삼간 채 30일 자 <노동신문>을 통해 "체제대결을 본격화할 기도 밑에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냈다"며 통준위 조직을 비난하고 나섰다. 통준위 주도로 작성 중인 통일헌장에 대해서도 이미 어깃장을 놓은 북한이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26일 2014년 남북관계를 총평한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한미 군사합동훈련, 고고도미사일(사드)방어체계, 국방부 관계자들의 발언 등을 비난하면서 작년 남북관계 파국의 책임이 남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옳다.

북한은 작년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드레스덴 구상', '고위급 당국 대화' 제안을 본능적으로 모두 외면했다. 정부의 제안방식과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도 더러 있었지만 북한이 이를 이렇게 오래 끌고 갈 성격은 분명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2011년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북한은 사상 교육을 강조하는 등 내부 안정에만 치중한 셈이다. 일찌감치 장성택을 처형한 북한은 그게 낫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난 몇 년간 북한은 중국, 남한 등과의 대외 관계에 의미 있는 진전이 없더라도 '마이 웨이'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다면 2015년 북한의 신년사는 어떠한가.

무엇보다 적극적인 남북대화 의지가 눈에 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밝히고 "대화와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 없던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다소 성급한 예단일 수 있지만, 필자는 올해야말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이른바 '미니 데탕트'(mini-detente)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60년대 말 냉전의 국면을 전환시킨 데탕트는 당시 국제정치 상황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일례로, 서독은 할슈타인 원칙을 포기하고 동독을 인정하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평화의 구조'가 새롭게 생겨난 셈이다.

남북 분단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 출발점이 냉전체제의 산물이었다. 다행히도 올해는 주변 상황이 나쁘지 않다. 광복 70년, 분단 70년, 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 한일 수교 50년 등 이를 기념하는 행사들이 국내외에서 다채롭게 열릴 예정이다. 따라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협력적 분위기와 남북한의 주체적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은 통일 주도권을 잡는데 정치적 역량을 소모하기보다는 지난 70년간의 불신과 증오를 끝내야 한다. 그 결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 해가 돼야 한다. 동시에 우리 앞에 놓여있는 도전과 장벽들이 무엇이든 간에 남북대화는 중단 없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만 남북 모두가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이는 해빙(解氷)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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