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무역통상국가로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교역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우리의 대외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수출시장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추진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거대경제권 및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최근 최대 수출시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51번째 국가가 되었다.
2005년 민간 공동연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한중 FTA는 2012년 5월 첫 번째 협상을 개시한 이후 30개월 만에 타결됐다. 그런데 한중 FTA의 타결은 우리의 FTA경제영토가 확장되었다는 기대와 함께 농·축산물 등 비수혜산업의 피해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중 FTA가 침체된 국내 경기회복 개선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인지, 아니면 타결이라는 목표 때문에 역대 최저 개방 수준의 FTA 체결로 인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중 FTA협상' 합의 내용에 따르면 이번 FTA는 상품,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총 22개 분야에 적용됐다. 양국은 상품분야에서 품목 수 기준 90% 이상을 개방하기로 합의했는데 중국은 품목 수 91%, 수입액 85%(1,371억 달러)를, 한국은 품목 수 92%, 수입액 91%(736억 달러)에 대해 각각 20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농수산물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개방키로 합의했으며, 특히 농수축산물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FTA로 인한 농수축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서비스 및 투자분야에서는 건설, 유통, 환경, 법률,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유망 서비스 시장에서 양허를 확보하고, 금융, 통신 분야의 규범을 강화하여 국내 기업의 중국 서비스 시장 진출 기회를 확대했다. 즉 한중 FTA를 통해 한국은 민감한 부분인 농수산물 개방 수준을 최대한 낮추고 중국서비스 시장을 개방한 것을 큰 수확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한국 문화 콘텐츠의 주 소비국인 중국과의 FTA타결로 인하여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산업부는 한중 FTA의 세부사항 및 협의와 법률적 검토를 마무리 한 후 온전히 실시된다면 연간 관세 절감액이 한미(9억 3000만 달러)의 5.8배에 달하는 54억 4000만 달러(한화 6조 원)에 이를 것이며, 이로 인해 침체된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한중 FTA 타결을 낙관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2015년 세계최대 소비시장으로 도약이 예고된 중국의 내수시장을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보다 우리가 먼저 선점하여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등 일부 주력 소재 제품에 패션, 영유아용품, 스포츠·레저용품, 건강·웰빙제품, 고급 생활 가전 등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이 특혜 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게 되어 기존 가공무역 중심의 수출구조가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최종 소비재 위주로 바뀌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둘째, 중국 내에 명시적·묵시적으로 외국인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한중 FTA를 통해 중국내 우리 기업 및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셋째, 중국과의 FTA로 중국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내 투자가 확대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중 간 네트워크 강화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안정 및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전의 뒷면처럼 거대한 이점 뒤에 파생되는 문제점과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산업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농산물 분야에서는 중국의 값싸고 낮은 품질의 농산물이 대량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피해액은 한미 FTA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중국 기술력이 향상되어 10년 안에 우리의 기술력을 추월할 수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도 기술 집약도가 낮은 분야는 이미 중국산 저가제품에 시장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염려가 되는 부분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한중 FTA를 디딤돌로 삼아 우리 시장에 밀려들어 올지 모르며, 10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는 가전제품의 경우도 기술의 격차를 점차 좁혀 자칫 중국의 물량 공세에 국내 시장이 잠식될 우려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이라는 시장의 개방은 수출국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한중 FTA를 통해 서로가 윈윈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될 부분들이 많다. 최근 한중 FTA를 겨냥한 중국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중 FTA 타결을 기회로 활용하려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현지소비시장 및 각 산업별 철저한 분석을 통한 진출방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 발효가 되지 않지 않는 상황에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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