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스님이 창건한 울산 울주군 사찰 흥덕사에 10억 원의 특혜성 예산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청와대는 "타당성 여부나 불법성 여부는 행자부와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며 "변 전 실장의 특별교부세 지원 요청 자체를 두고 문제인지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20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변 전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뭐라 판단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불법성 여부를 떠나 특별교부세 지원 절차가 적절하고 투명했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기록에 남아 있는 협의절차는 없다"고만 말했다.
또한 다른 사찰에 대한 변 전 실장의 교부금 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천 대변인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행정행위를 검찰에 미리 알릴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교부금 요청 자체가 문제될 것 없다"?
이날 청와대 정례브리핑은 변 전 실장 특별교부세 지원 요청, 청와대 청불회 활동을 두고 기자들과 대변인 간에 신경전이 이어졌다.
'흥덕사 교부금 지원과 관련해 변 전 실장이 협조 요청한 게 문제가 없다고 보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며 "청와대는 변 전 실장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만 답했다
'교부금을 내려보내라고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단 말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천 대변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천 대변인은 "특별교부금은 행자부에서 관리 집행하는 것으로 타당성 여부를 행자부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어느 부처나 교부금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변 전 실장이 요청한 것 자체를 두고 문제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내에서 변 전 실장 말고 다른 수석이나 비서관들도 그런 교부금 세목을 구체적으로 요청할 수 있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모든 부처가 가능하다. 청와대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이지원(청와대 내부 인트라넷)에 근거가 남아 있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나'는 질문이 이어지자 천 대변인은 "내부 협의가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협의 절차가 기록에 남은 것은 없다"
'변 전 실장이 다른 사찰에 교부금을 지원한 의혹도 있다'는 지적에 천 대변인은 "그걸 미리 밝힐 필요는 없다"고 피해나갔다.
'변 전 실장이 다른 절에 지원한 사실을 청와대가 파악해도 검찰에 말을 못하겠다는 이야기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천 대변인은 "특교세 지원 절차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에서 있었던 모든 정책적 행정행위를 들고 나와서 말하긴 적절치 않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모든 행정행위를 드러내라는 것이 아니라 의혹이 되고 있는 사찰에 대한 교부금 지원에만 국한해서 하는 이야기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자 천 대변인은 "그 부분은 검찰의 자료요청이나 요구가 있을 수 있다"며 "그에 적절히 대응해 협조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변 전 실장의 흥덕사 지원 요청도 검찰 조사 윤곽이 드러난 이후에야 공개했었다. 천 대변인은 "사전에 이런 것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없고 검찰 수사를 통해 문제로 드러나면 이를 사후에 확인해주겠다는 것"이라면서 "무엇을 숨기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불법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교부금 요청이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졌냐는 문제는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천 대변인은 "기록에 남아 있는 협의절차는 없다고 아까 말했고 개인적 차원에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 요청이라고 해서 합법이다 불법이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까봐 신중하게 (대처) 하는 것이라고 정리하자"고 답했다.
"청불회 활동 문제될 것 없다"
이날 천 대변인은 변 전 실장이 회장이었던 청와대 불자모임 청불회 활동에 대해선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정아 씨 건이 아니라고 해도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청불회장 자격으로 다른 사찰에도 교부금을 지원토록 요청한 의혹도 있고 이런저런 잡음이 있는데 문제될 것이 없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변 전 실장이 청불회장 자격으로만이 아니라 정책실장 자격으로 불교계를 만나고 정책관련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책실장이 청불회장이니까 힘 있는 자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천 대변인은 "청와대 내에 다른 종교단체들도 있고 정책, 민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청불회장직은 조윤제 전 경제보좌관, 김병준 전 정책실장, 변양균 전 정책실장 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불회장이 바뀔 때면 조계종에서 기념법회를 열어 줄 정도지만 실제 회원은 10여 명에 불과하고 내부 활동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변 전 실장을 둘러싼 의혹이 점점 확산되고 그 중 여러 가지가 사실로 확인되는 한편 정윤재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측근비리와 관련해 사과하는 적절한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이 제기되자 천 대변인은 "구속 여부와 사건의 진실의 윤곽이 잡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국민과 저희가 보기에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이 언제라는 말이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천 대변인은 "저희 판단을 봐 달라"면서 "재판이 완료된 이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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