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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 프로젝트 're:born'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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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월호 기억 프로젝트 're:born' 함께 합시다

[기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했던 그 곳 제주, 기억이 다시 태어납니다

4.16 이후 우리가 셀 수 없이 외쳤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 아니, 답을 해줘야 할 국가는 우리에게 없는 것 같다. 아니,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2014년 12월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나에겐 없다.

우리가 국민입니까? 이게 국가입니까?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4월 16일 이후 버릇이 생겼다. 고개를 숙여 내 가슴을 보는 것이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이다. 가슴을 보면서 나에게 묻고, 하늘을 보면서 신에게 묻는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하늘로 먼저 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묻고 또 묻는다.

4.16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아침마다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힘없는 밀양 할머니들이 몸으로 맞서야 하는 위태함을 본다. 강원도에는 2018년에 열리는 3일간 평창올림픽을 위해 500년이라는 시간을 포기한 가리왕산 벌목 현장이 있고, 이스라엘 폭격이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 그리고 이런 모든 사회적 현상들이 이제 나에겐 세월호 참사를 투과하여 보인다. 나조차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안전하지 못한 내 나라, 세월호참사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세월호는 또 겪어야 할 비극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머리를 식히러 제주도로 향했다. 하늘로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친구들이 향하고 있었던 제주도, 생떼 같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가족들 가슴에 평생 원망으로 회자될 제주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해야 할까?

세월호 기억 공간 프로젝트, 공동 프로젝트가 되기까지

제주도는 전 직장 선배가 알이(RE)라는 이름으로 폐(廢)목재 디자인 사업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선배 덕분에 연고도 없이 종종 머리를 식힐 때면 찾아갔던 제주도에서 우린 늘 그랬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세월호 기억'을 주제로 메모리얼 전시/공육(共育 : 함께 배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도 나누었다. 그랬더니 알이가 입주해 있는 8000평 공간을 기반으로 생각을 풀어 보면 어떻겠느냐고 격려해 주신다.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가 '노란리본(re:born)' 이다.

이동이 용이한 폐(廢)콘테이너 활용을 고려하던 차에, 제주도에서 이미 생태적 삶의 공간을 고민하는 젊은 건축가 이나현 작은집연구소 소장을 소개 받고, 이 소장이 지은 폐(廢)콘테이너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해보았다. 머릿속에 있는 메모리얼 공간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조심스레 타진하는 나에게, 이 소장의 모델은 안도감과 더불어 위로를 주었다. 게다가 이 소장은 퇴직금을 토대로 메모리얼 공간을 구상하던 나에게 시민들이 함께 짓는 '크라우드 펀딩' 방법도 의미가 있겠다고 말했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이 전시/공육 공간을 넘어서 쉴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림이 점점 커졌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도 잠시, 정신과 육체가 소진되었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제일 먼저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껏 기대가 부푼다.

직장 연을 통해 알게 된 업사이클 아티스트 엄아롱 작가도 함께 한다. 폐자재를 활용하여 세월호를 기억하고 내일을 희망하는 전시물을 제작해준다고 했다. 알이 근방에 위치한 월정리의 카페 '고래가 될'에 폐(廢)레코드판과 제주도 막걸리 빈 병으로 고래 전시물을 만들어 놓은 엄 작가라서 제주도에 대한 이해도 깊다. 세월호 기억 공간이 업사이클 공간으로 디자인 될 준비를 마쳤다.

여러 사람과 함께 생각을 나누다 보니, 구상중인 세월호 기억 공간은 어느새 천혜 자연 환경이 살아있는 제주도에 어울리는 폐자재 활용 친환경 공간이 됐다. 추모의 노란 리본의 기억이 희망으로 다시(re) 태어났으면(born) 좋겠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명이자 공간 이름을 '20140416 노란리본(re:born)'으로 지었다. 세월호 기억이 '평화' 로 다시 태어나고, '정의' 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부터 자각하고 체득하자는 의지의 표명이다. 2015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날,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는 생명 움트는 봄날에, '가만히 있으라' 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립(自立)할 수 있는 사유의 장이 제주도에 탄생한다.

▲세월호 기억 프로젝트 ⓒ황용운

20140416 노란리본(re:born), 익숙함을 탈피한 '불편한' 공간

2014년을 끝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노란리본을 만들기 위해 6년 동안 활동했던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정리한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 산 자의 몫이라 생각했으나 내 몫은 아니라 여겼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쉬는 공간이지만, 마냥 편하고 좋은 공간이기보다는 우리를 다소 불편하게 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세월호 기억은 직면해야 할 건강한 불편함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정신적·육체적 체력이 건강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건강하기 위해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 그럴 때에야 우리가 얘기하는 '희망'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울림이 될 것이라 믿는다.

현재 진행형인 '20140416 노란리본(re:born)'은 네 가지 색깔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사람, 열정, 변화를 키워드로 한 빨강 콘테이너의 이름은 PEOPLE(피플)이다. 공간 운영자인 촌장의 숙소와 운영사무국으로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나눔을 키워드로 한 녹색 콘테이너의 이름은 SHARE(셰어)로, 함께 사용하는 주방, 샤워실, 세탁실, 화장실이 된다. 숙박동은 꿈과 희망을 키워드로 한 DREAM(드림)이다. 4인, 그리고 1~2인 숙박만이 가능한 두 개 파란 콘테이너로, 아무런 인테리어도 없는 사유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노란색 콘테이너의 키워드는 세월호, 갈망, 사람 사는 세상으로, PEACE(피스)라는 이름을 달았다. 그 안에서는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공육이 진행된다. 세월호 참사 관련 전시로 시작할 계획이다.

2015년 4월 16일, 우린 모두 꿈꾸게 될 것이다. 제주도에 놀러와 마음껏 신나게 뛰어놀 안전한 공간에서 바쁜 일상을 벗어나 내 삶에 대해 성찰하고, 내일의 희망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수없이 외쳤던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약속들이, 하늘로 수학여행 가기 전 친구들이 향했던 제주도에서 '20140416 노란리본(re:born)' 공간을 통해 각자의 해답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 또 다시 노란 리본이 보인다. 제주도에서 만난 노란 리본에 가슴이 뛴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고딩'들의 웃음소리,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났을 이들의 즐거운 모습들, 팍팍한 서울의 삶에서 벗어나 두 아이와 오순도순 새로운 삶을 꿈꾸는 모습이 중첩된다. 이곳에서 노란리본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모든 참여자들과 함께 희망의 '노랑'을 덧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글은 월간 <복음과 상황> 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20140416 노란리본(re:born) 프로젝트의 소셜 크라우드 펀딩은
텀블벅(https://tumblbug.com/reborn)에서, 12월 24일부터 60일 간 이루어집니다.

펀딩 기간 : 2014.12. 24. ~ 2015. 2. 21.
공사 기간 : 2015. 02. 23. ~ 2015. 04.12.
오픈일 : 2015. 04. 16.

*노란 희망을 함께 칠하는 사람들

SBI(Space Brand Identity) 및 웹 디자인 : 김태균
폐콘테이너 건축 : 작은집연구소 이나현
폐목재가구 : 알이 신치호, 김진주
세월호 배와 희망아이콘 제작 : 업사이클 아티스트 엄아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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