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 도면과 매뉴얼 등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문서가 또 유출됐다. 지난 15일과 18일, 19일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스스로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은 문건 유출을 빌미로 '원전 가동 중단'과 자신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원전반대그룹으로 추정되는 SNS 사용자는 21일 오전 1시 30분께 트위터에 한수원을 조롱하는 글과 함께 4개의 한수원 내부 문서를 공개하고, "고리 1, 3호기,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부터 가동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줘야 할 거예요"라고 적었다.
공개된 문서는 고리 2호기의 공조기와 냉각시스템 도면, 월성 1호기의 밸브 도면, 원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MCNP5, BURN4) 매뉴얼 등이다.
자신을 '하와이에서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 핵'이라고 소개한 이 SNS 사용자는 한수원을 '악당'이라고 칭하면서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직 공개 안 한 자료 10만 여장도 전부 세상에 공개해줄게. 제대로 한 번 당해봐라"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들은 "참, 원전 수출하고 싶다며? 니들(한수원)이 기밀이 아니라고 하는 주요 설계도면, 계통도면, 프로그램들을 모두 가지고 싶어 하는 나라들에 공개하면 책임지겠는지"라며 이전에 유출된 문서가 '기밀'은 아니라고 주장했던 한수원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이들은 "(추가 문서를 공개당하고 싶지 않다면) 고리 1, 3호기, 월성 2호기를 크리스마스부터 가동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줘야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크리스마스에 중단되는 게 안 보이면 저희도 어쩔 수 없네요. 자료 전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할 수밖에"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또 "자료를 넘겨주는 문제는 가동 중단 후에 뉴욕이나 서울에서 면담해도 되죠"라며 "안전은 담보해주겠죠. 돈은 어느 정도 부담하셔야 할 거예요"라고도 했다.
원전반대그룹은 자신에 대한 관련 기관의 수사가 부실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들은 "합동수사단 분들도 고생 많으신데 수사할 거면 제대로 하세요"라면서 "국민들 안전을 먼저 생각하셔야죠. 한수원 덮어줄 생각이라면 수사를 중단함이 어떨까요"라고 했다. 이들은 "설마 바이러스 탐지 못한 건 아니겠죠"라며 자신이 바이러스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도 원전 중단과 해체를 위해 애쓰는 원전반대그룹에 더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린다"며 자신을 "하와이에서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 핵"이라고 적어 자신이 미국 하와이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추가 자료 유출은 한수원과 정부가 '사이버보안 점검회의'를 연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19일 자료 유출 사태에 대해 한수원은 20일 "지금까지 유출된 자료는 일반적 기술 자료라 원전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사이버공격 발생에 대비하여 종합대응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0일 오후 한전과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사장단과 함께 '사이버보안 점검회의'를 열었지만, 정부 대응이 이뤄진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추가 자료가 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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