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내에서 교도관이 수용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다른 교도관들은 현장을 목격하고도 방관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폭행 사실을 알리기 위해 구치소장 면담을 요청하자 '폭행 교도관'을 감싸기 위해 이를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는 물론 폭행을 방조·묵인한 다른 교도관들에 대해서도 처벌과 징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사건은 지난달 6일, 미결수인 김모 씨가 동료 수용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사무실에서 자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김 씨가 자술서에 '수용관리팀장인 최모 교감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보고전을 제출했다'는 내용의 문구를 넣자, 최 교감이 이를 문제 삼아 반말과 욕설을 내뱉은 것. 이에 김 씨는 경어를 써달라고 요구하자 최 교감은 김 씨의 뺨을 수차례 때렸고, "개X끼, X로자식, 안경 벗어 X발 X끼야, 맞을 짓 했네" 등 욕설을 20여 차례 이상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사건 이후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제출해 확보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는 최 교감이 CCTV 카메라를 등지고 서서 폭행하는 장면이 찍혀있다. 그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교도관이 최 교감을 말리기는커녕 못 본 척하는 장면도 담겼다.
'교도관 폭행 사건'에 대한 서울수치소 교도관들의 묵인·방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씨가 교도관 폭행에 대해 서울구치소장과 보안과장에 면담을 요구하려 하자, 담당 교도관이 "내 상사가 폭행을 당했다는 보고전을 제출할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한 것.
서울구치소장은 천주교인권위가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해당 수용자의 고충을 상담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발생한 것으로, 해당 수용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입게 한 점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수용관리팀장 직무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징계절차에 착수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방송 및 게시물을 통한 특별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사건 닷새 뒤인 지난달 11일 최 교감을 폭행 및 가혹행위죄로 수원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이후 국가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인권위는 "이번 사건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조직적 범죄행위이자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물론이고 폭행을 방조·묵인한 다른 교도관들에 대한 처벌 및 징계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법무부가 나서 다른 피해 사례를 확인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인권위는 "교도관에 의한 수용자 폭행은 단 둘이 있는 상담실이나 CCTV가 없는 곳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해자가 부인하면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며 "교정시설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두려울 수밖에 없어 사건을 외부로 알리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가해자의 태도로 볼 때 다른 수용자도 동일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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