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말했다.
"15~16 양일간 긴급 현안질의가 있다. 우리 당에서 5명, 야당에서 5명 총 10분의 의원님이 질의를 하게 됐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 분도 신청하지 않았다. 만약 끝내 신청이 없을 경우, 그 동안 의정활동을 잘 하신 의원님들 위주로 강제로 배정할 예정이다."
정치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장면이다. 정치인들이 가장 목마른 것 중 하나가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다. 국회 긴급현안질의는 해당 시점의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루는 자리여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질의자가 돼 발언대에 설 경우 TV 뉴스에 날 확률이 꽤 높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신청자가 아무도 없어, 김 수석부대표가 '강제 차출'을 고려해야 할 지경이란 것.
그 이유는? 역시 김 수석부대표의 발언 가운데 있었다. 이번 긴급현안질의 의제에 대해 그는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 및 비선의 인사개입 의혹 사건', 공무원연금 개혁,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의혹에 대해서"라고 밝혔다. 즉 △정윤회 비선 논란, △공무원연금, △이른바 '사자방' 세 가지가 질의 의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무엇이 가장 '긴급'한 현안인지는 불문가지다. 일단 발언대에 서면 체면상이라도 정윤회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셈이다.
새누리당 의원들로서는 이번 긴급현안질의 질문자가 되는 것이 달갑지 않은 까닭이 여기 있다. 입바른 소리를 하자니 자칫 청와대 눈 밖에 날까 두려울 테고, 발언대에 서서 청와대를 적극 옹호하자니 아직 검찰 수사 중이어서 확실히 밝혀진 사실도 없는 마당에 자신의 발언이 나중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질 경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까 걱정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야당은 이 '사태'에 대해 냉소를 보냈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긴급현안질문에 단 1명의 질문자도 없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대통령 말만 믿고 국정 농단 세력을 엄호했다가는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눈치보기'와 '피해가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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