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계와 언론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검찰은 <세계>에 대한 영장 발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지만, <세계>는 영장 발부 사실을 확인했다며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유상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영장을 청구해서 발부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세계> 사옥과 기자 자택 압수수색을 오늘 안 했다는 얘기냐"고 거듭 묻자 "오늘 했냐고 물어봐서 안했다고 말씀드리는 거다"고 말했다.
유 차장검사는 이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현재 압수수색이 임박했다거나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는 듯한 내용의 이야기들은 검찰 수사를 음해하는 세력이 유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검찰 공식 입장과 달리, <세계>는 영장이 발부된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소속 한 기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검찰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건 아니"라면서도 "검찰 측 복수 이상의 관계자를 통해 영장이 발부됐다고 어제(4일) 들었고, 오늘 오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부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압수수색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검찰을)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세계>는 이날 기자들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사옥으로 불러들이는 한편, 사옥 입구 셔터를 내리는 등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타사 기자들 또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건물 앞에서 대기 중이다.
현장을 지키는 기자들은 "'아직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는 식의 검찰 측 입장은 향후 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반응이다.
오후 7시 현재, <세계> 사옥 앞에서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검찰, 언론 자유 침해 말고 '청와대 비서실' 압수수색하라"
언론계는 <세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판단,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권력의 음습한 내부 암투와 보이지 않는 손의 인사개입 등을 파헤치는 것은 언론의 고유 권한이고 특히 취재원 보호는 언론의 기본 책무"라면서 "검찰은 <세계>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검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세계>를 압수수색하려는 것은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라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따르는 것에 불과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보여주기식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이 밝혀야 할 것은 정윤회 씨가 이른바 '비서관 3인방', '십상시' 등으로 지칭돼온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을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라면서 "검찰은 정 씨와 비서관 3인방을 즉각 소환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은 일단 영장발부 사실을 부인했지만,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여덟 명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만큼 <세계>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사실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요구에 당당하게 응하고 사실관계를 국민에게 설명하라"고 규탄했다.
정의당 역시 논평을 내고 "해당 문건이 청와대 공식 문건임이 인정된 지금, <세계>를 상대로 한 공권력의 횡포는 세간에 떠도는 온갖 의혹들에 대해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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