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노선'과 '탈이념'을 외치며 거창하게 출범했던 '제3노총' 국민노동조합총연맹이 출범 3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국민노총은 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정연수 국민노총 위원장은 2011년 출범 당시 "국민노총 출범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며 의미 부여를 했지만, 꼭 3년만에 국민노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실상의 실패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정연수 위원장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노동정책이 전무하며 노동을 짓밟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머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2만 국민노총 조합원 중 1만5000명 한국노총行…핵심 서울메트로노조가 1등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과 국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계 분열을 종식시키고 1국1노총 시대를 열기 위한 시작을 양 노총이 함께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양 조직의 통합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국민노총의 흡수에 가깝다. 통합 조직의 명칭도 '한국노총'을 그대로 사용한다.
양 측의 통합 논의는 지난 7월 시작됐다. 정연수 위원장은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이 통합을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민노총은 지난 10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한국노총과의 통합을 결정했다. 당시 찬성율은 90.2%였다.
2만 명의 조합원 가운데 1만5000여 명의 조합원이 한국노총에 순차적으로 가입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메트로지하철노조는 지난달 한국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국민노총 가입 노조 가운데 최초였다. 국민노총을 만들 때도 제일 먼저 깃발을 들었던 서울메트로노조가 '한국노총행(行)'에서도 1등인 셈이다.
이 밖에도 조합원 4300명의 한국공무원노조, 1700명의 전국건설플랜트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이 이달 중으로 한국노총에 가입할 예정이다.
정부 지원 끊기고 조직 확대는 지지부진…실패한 '제3의 길'
국민노총은 지난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출범한 제3노총이다. 중심 세력이었던 서울메트로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투표는 법적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번졌었다.
떠들석한 출발 이후에도 국민노총은 여러 구설수에 시달렸다. 정권 핵심 인사가 설립에 개입했다는 설부터,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는 의혹까지, 국민노총은 사람들의 입길에는 자주 올랐으나 그만큼 조직력은 뒷받침되지 못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이후 국민노총의 '겨울'은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이던 2012년 국민노총은 연간 6억 원을 고용노동부에서 지원받았다. 국민노총 한해 예산의 80%에 달하는 돈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민노총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정부 돈은 끊겼는데, 독자생존을 위한 조직 확대는 지지부진했다. 출범 당시 정연수 위원장은 "앞으로 2~3년 내에 30만~40만 명의 조합원을 가입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3년차였던 2013년 국민노총의 조합원수는 2만 명 남짓에 불과했다.(고용노동부 '2013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 한국노총(81만9000명)과 민주노총(62만6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결국 이런 현실이 정연수 위원장으로 하여금 '한국노총행'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국민노총 받아들인 한국노총이 얻은 것은?
다만 한국노총이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는 의문이다. 1만5000명의 조합원이 늘어나 "조합원 100만 시대를 코 앞에 두게 됐다"는 정도의 의미는 있으나,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김동만 위원장은 "조직 확대는 세계적 목표이며 일본은 노조 조직 확대 당사자에게 인센티브까지 주기도 한다"며 의미부여를 했지만, 국민노총의 흡수를 '새로운 조직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심지어 국민노총에서 한국노총행을 거부하며 양 측의 통합 선언 이전 국민노총을 탈퇴한 조직도 있다.
또 내용상으로는 국민노총의 흡수지만, 조직 간 통합의 모양새를 맞춰주려다보니 그에 상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 점도 한국노총으로서는 부담이다. 국민노총에서는 정연수 위원장에게 상임 부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노총 관계자는 "임원 선출은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이라 내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 전에는 자리를 만들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노총을 'MB노총'이라고 부르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명박 정부와의 친밀성을 자랑했던 국민노총의 흡수가 한국노총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 때문에 "얻는 것에 비해 내주는 게 너무 많은 통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양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획재정부가 정리해고 요건 완화와 중규직 도입 등을 연일 언론에 흘리고 있는데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우리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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