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해고 통보를 받은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파업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신현대 아파트는 경비 노동자 이만수(53) 씨가 일부 입주민의 모욕적인 언사 등으로 분신해 숨진 곳이다.
이 아파트에서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으로 경비용역업체 변경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 78명 전원이 지난 20일자로 해고예고 통보서를 받았다.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 (☞관련 기사 보기 :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전원 해고)
28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에 따르면, 신현대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속한 신현대아파트분회는 지난 27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벌였다.
투표 대상자 56명 전원이 참여한 이 투표 결과, 찬성이 42표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찬성율은 71%였다. 파업 반대는 11표, 무효가 3표였다.
이 아파트 경비 노동자 78명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59명이다. 휴가 중이었던 1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고, 2명은 투표를 거부했다.
이 아파트 경비 용역업체인 한국주택관리주식회사와 노조는 지난해 2월 1차 교섭을 시작으로 2년에 걸쳐 25차례 단체교섭을 벌여 왔다. 2012년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노조는 회사와 단체협상 체결과 정년 연장 등 고용안정을 놓고 협상을 벌여 왔지만, 2년 동안 이어진 협상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더욱이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용역업체 변경 결정이 내려지면서 고용안정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김인준 노조 임시 대표는 "한 달 정도 남았는데 계속 불안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김 씨는 입주자대표회의 업체 변경 결정에 대해 "(이 씨의 분신으로) 한 달 넘게 아파트가 언론에 나오다보니 입주자대표들이 불편했나보다"고 말했다.
양측의 교섭은 지난 25일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빠르면 28일 중으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낼 예정이다.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서도 성과가 없을 경우, 노조는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경비 노동자의 파업은 1989년 3월 서울 잠실의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경비 노동자 파업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례다. 당시 노조는 싱크대 및 변기 보수 작업을 거부하는 부분 파업에 이어 온수와 난방 공급까지 사흘 넘게 중단하며 파업을 벌였었다.
이후에도 1990년과 1992년 각각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아파트와 서울 응봉동 대림1차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부분 파업 등을 벌인 적은 있지만, 대량 해고가 핵심 쟁점은 아니었다.
신현대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실제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25년 만에 경비 노동자의 파업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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