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무원에 이어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을 겨냥하며 집중포화를 퍼붓는 분위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노동 주무부처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가세했다.
시점으로 보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이 먼저다. 지난 19일 이기권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최경환 부총리 등 기획재정부 쪽의 '정규직 과보호론'이 논란이 되면서 새삼 알려진 것이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기권 장관은 외국인 투자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 결과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장관은 "한국 GM 세르지오 호샤 대표는 한국 시장에 투자를 더 확대해 달라고 본사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한국의) 고용 경직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임금 상승률은 꾸준히 상승해서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의 말은 인용해 우리나라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이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노사관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장관은 "많은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싶지만 노사관계가 걱정된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이 훌륭하고 국력은 커지는데도 노사관계 경쟁력은 수년 동안 세계 50위권에 머무르고 이마저도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권 장관의 발언은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경제부처 쪽의 '정규직 과보호론'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가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해 구체적인 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정규직 고용 합리화'라는 대목이 등장했고, 지난 3월 있었던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 자료에서도 '기업애로 핵심 규제' 중 하나로 '고용규제'를 꼽고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틈날 때마다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문제삼는 주장을 펼쳐 왔다.
취임 직후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 번 뽑으면 계속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규직 채용을 주저한다"며 포문을 연 최 부총리는 "60살 정년이 제도화된 만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여주지 않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8월 한경밀레니엄포럼)는 등의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25일에도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최 부총리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이 겁이 나 인력을 뽑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임금체계를 바꾸는 등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고용보호, OECD 19위 수준"
박근혜 정부가 부처를 막론하고 정규직을 향해 칼을 겨누면서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한국의 고용이 경직되고 있고 해고가 어렵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다. "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은 OECD 국가 중 19위로 중간 수준"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도 "기간제 비정규직 기간연장,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가 검토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될 내년도 경제운용 방안에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담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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