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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지 못할 악은 우러러본다?…삼성의 진짜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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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지 못할 악은 우러러본다?…삼성의 진짜 해악!"

[시민정치시평] 반칙과 특권의 삼성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시대 과제

1987년 11월 삼성 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사망하고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준 재산과 납부 세금은 공식적으로 각각 237억 원, 150억 원이었다. 국내 최대 재벌의 상속재산이 237억 원밖에 되지 않느냐는 사회적 의혹에 따라 국세청이 전담팀을 꾸려 추가로 찾은 재산이 36억 원. 26억 원의 상속세가 추가돼 이건희 회장이 삼성 그룹을 물려받으며 낸 재산은 총 176억 원이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1994년 아버지 이건희로부터 현금 60억 8000만 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16억 원을 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남은 44억 원 중 23억 원으로 중앙개발(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 보유 에스원 주식을 95년 말 헐값에 인수했다. 인수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96년 1월 에스원은 상장됐고, 상장 당시 주당 1만5000 원 주식은 6개월 뒤 30만 원대로 올랐다. 이재용이 주식을 팔아 얻은 차익은 375억 원이었다. 역시 비상장 회사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헐값에 인수해 상장 후 210억 원의 차익을 남겼고, 제일기획과 삼성전자의 사모 전환사채(CB) 헐값 인수로 각각 130억 원, 250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비슷한 수법으로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1996년 중앙개발 CB 인수다. 이재용 남매는 CB의 97%를 주당 7700원에 구입하고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 중앙개발 주식의 31.9%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되었다. 이로부터 이재용 남매가 얻은 평가이익은 2000년 기준으로 2조7420억 원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이번에 화제가 된 삼성 에스디에스(SDS) 사례는 SDS가 230억 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총수일가에 충성하는 다른 계열사의 임원들이 자기들 몫의 BW 인수를 포기하고 이재용 남매로 몰아주는 방식이 이용됐다. 당시 BW의 행사가격은 주당 7150원, 장외시장에서 SDS의 거래가격은 주당 5만 원 내외였다.

불법 정치자금의 역사에서도 삼성은 남달랐다. 이병철 전 회장의 재임 시절, 삼성은 자유당 정부에 정치자금 4억2500만 환을 제공한 것이 5·16 군사반란 이후 부정축재처리위원회 조사로 밝혀졌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총 220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이건희 회장의 재임 시절에 삼성 그룹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250억 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에게 5억 원, 2002년 대선 전에는 한나라당 관계자, 안희정 노무현대통령후보 비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 각각 340억 원, 30억 원, 15억 4천만 원 등 총 385억 원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

선대 이병철 회장까지 포함해 어느 기업보다 가장 많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나 총수 일가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다.

단지 정치권력과의 유착만이 아니라 국가 공권력에도 빈번히 도전했다. 특히 공정위 조사 방해 행위가 많다. 삼성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삼성자동차의 구매를 강요당한 사실에 대한 조사(1998), 5대 재벌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1999), 이(e)삼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2000년), 삼성카드 담합행위 조사(2002년), 삼성전자 반도체 계열사의 하도급법 위반 조사(2005년), 삼성전자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 의혹 조사(2012년) 등에서 삼성의 해당 기업은 서류 및 전산 자료 은폐와 폐기, 임직원의 공정위 조사관 물리적 저지 등 조사 방해 행위를 상습적으로 일삼았다.

1998년 이후 공정위가 조사방해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15개 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삼성 그룹사였다. 1999년과 2005년 즈음에는 공정위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기 위해 작성된 내부 문서까지 작성되었다. 2004년 금융감독원의 삼성생명에 대한 정기 검사 중에는 내부 자료 6만 건을 파기하고 주전산기를 작동 중단시켰다. 2005년 삼성토탈의 가격 담합 조사 시에는 공정위 조사관이 확보한 자료를 삼성토탈 직원이 빼앗아 도주하는 일도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2007년 양심 고백을 통해 삼성전자 CB 헐값 발행 사건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당시 재판부에 30억 원의 로비를 지시했다는 점, 삼성자동차의 부실 규모 축소를 위해 법원에 보관 중이던 회계 자료를 법원 직원을 매수하여 소각했다는 것 등을 폭로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 이후 삼성증권은 계좌 개설 신청서 43만 개를 무단으로 폐기해 차명 거래 관련 자료를 없애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재판부를 속인 일도 있었다. 삼성특검으로 기소된 이 회장은 2008년 7월 1심 선고 직전 "유무죄 판결과 관계없이 공소장에 기재된 에버랜드와 SDS의 손해액 전부를 지급했다"며 재판부에 양형참고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양형이 이뤄진 확정판결 이후 유죄판결이 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손해액은 전부 돌려받았다.

삼성을 하나의 기업으로, 총수 일가를 한 명의 자연인으로

'삼성 엑스(X) 파일' 사건을 통해 드러난 삼성의 검찰 장악, 관료와 지식인 포섭, 언론에 대한 압도적 영향력, 무노조 경영 방침에 의한 노동 인권의 유린, 삼성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법과 제도의 특혜 등은 지면 관계상 담지 못했다. 하나하나의 주제가 책 한 권의 분량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범위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삼성 총수 일가는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고, 치러야 할 죗값을 치르지 않았고, 국가 권력을 손아귀에 주물러왔다는 사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 진행되는 올해, 방향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삼성특별법'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올해 7월 말, 삼성 그룹에 현행 순환출자 유지와 금산분리 적용 배제 등의 특혜를 주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보장하는 대신 3세의 경영 실패 시 국가가 삼성을 인수하자는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최근 삼성SDS 상장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남매와 가신들이 부당하게 얻은 천문학적 규모의 이득을 환수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도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2개의 특별법은 상반된 방향의 해법이지만 하나의 질문 앞에 비관적인 답변을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와 같은 입법, 사법, 행정, 언론 환경에서 어느 방향의 법안이든 삼성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상정된 법안이 상임위에서 정상적으로 논의되고, 논의된 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삼성 문제의 핵심을 가로지른다. 우리에게는 어떤 사회 정의, 어떤 국민 경제의 요구, 어떤 법치의 원리도 삼성 총수 일가의 이해와 만나면 무너지고 거부되고 훼손되고야 마는 패배의 경험이 쌓여 있다. 그리하여 삼성의 최대 해악은 이기지 못할 악을 차라리 우러러보게 하는, 시민 의식의 퇴행을 낳은 점이 아닐까?

반칙과 특권의 삼성 역사를 청산하는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삼성 그룹과 총수 일가를 법, 정의, 상식, 윤리 앞에 하나의 기업, 한 명의 자연인으로 세우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것이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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