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이후 한국은 국제 언론자유 평가에서 '언론자유국(free)' 지위를 잃고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되면서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 이후 보수 단체가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마구잡이 고발'은 표현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는 민주통합당 유승희·노웅래·문병호·배재정·이종걸 의원 등과 함께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박근혜 정부의 명예훼손 고발 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묘연했던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관한 보도를 했다가 <뉴데일리>, <미디어워치>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심상근 씨에 의해 고발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 관련기사 : "'박근혜 7시간', 데이터 저널리즘으로 밝혀낼 수 있을까")
발표자로 나선 신학림 <미디어오늘> 사장은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으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든 언론의 가장 중요한 보도 중 하나"라며 "지극히 정당하고 정상적인 언론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한 발언이 공개된 후 검찰 등 수사당국이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시민들과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손문상의 그림세상' 코너를 통해 시사 만평을 선보이고 있는 손문상 화백도 발표를 맡았다. 손 화백 역시 지난 9월 26일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만평을 올렸다가 심 씨로부터 고발당했다. "만평을 통해 국가원수를 심대히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관련 기사 : "공주님, 개 풀었습니다~")
손 화백은 자신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기소된 사건을 언급하면서, "제3자가 대신 고발하고 이를 수사기관이 사법처리하는 게 패턴화돼있다"고 했다. "일상적 감시를 통해 언론 종사자가 자기 스스로를 검열하도록 하려는 수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동물로 형상화한 영국 <가디언> 만평을 사례로 들며 "시사 만화는 아주 투쟁적인 미학을 스스로 발전시켜왔던 장르로, 한국 시사 만화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경계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김상호 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관련 글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단순 알티(RT)를 했다가 처벌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조규영 중앙건설회장 등 동영상에 나온 인물 명단을 돌린 트위터 이용자 27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약식기소한 바 있다. 김 씨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그 어떤 법률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알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한다면 소셜미디어 사회의 순기능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선 '진실 적시 명예훼손'을 허용하는 현행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허위 사안일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는 "진실이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당할 위험이 있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일 경우'로 진실 적시 명예훼손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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