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인사이자 '386 부산파'의 대표적 인물인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건설업자와 국세청 고위공무원을 소개시켜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고위공무원은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다.
정윤재, 수뢰 직전 식사 자리 주선
정상곤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부산지검은 28일 "지난해 8월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모 한정식당에서 정 전 비서관이 정 국장과 부산의 H토건 대표이사 김 모씨가 있던 식사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을 수사과정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식사 후 정 국장과 헤어지면서 택시 뒷좌석에 1억 원이 든 가방을 밀어 넣었고 정 국장은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부산지검 측은 "정 전 비서관은 식사만 하고 먼저 식당을 나갔고, 정 국장과 김씨 간에 돈가방이 전달되는 현장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정 비서관에 대해 더 이상의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 전 비서관의 사의를 밝히며 후전 의전비서관임자를 발표한 지난 10일은 공교롭게도 정 국장이 검찰에 구속된 날이라 뒷말을 낳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 전 비서관 교체와 이번 사건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우리는 몰랐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 전 비서관이 그만두게 된 것은 지금 보도와 무관하다"며 "8월 말에 모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게 돼서 7월부터 후임 내정자와 업무인수인계 작업을 진행했는데 남북정상회담 발표로 사의 수리가 앞당겨 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 사건을 사전에 인지했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청와대 관련자라고 할지라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알려질 수 있었겠지만 청와대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를 당시에서부터 지금까지 알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산지검 브리핑에 따르면 정상곤 국장 구속 시점에서 청와대에서 정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해도 되는지 문의가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천 대변인은 "정 국장 구속 시점에서 알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이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그런 자리에 참석한 것이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지금은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인맥 동원한 로비 시도
한편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부산 지역 재건축 시행업체 대표인 김모 씨는 당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아파트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실제로 사지 않은 땅을 산 것처럼 위장하거나 땅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적발되자 인맥을 동원해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이었던 정 국장과 접촉을 시도했고 로비를 통해 세무조사도 무마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의 이름이 거론된 것.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 전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온 대표적 '386 부산파'로 지난 2004년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그는 2004년부터 2006년 3월까지 국무총리비서실 민정2비서관, 2006년 8월부터 지난 10일까지 대통령 의전비서관으로 일해 왔고 곧 이해찬 캠프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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