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계 내부에선 "공영방송을 정권 홍보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기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현재 의원을 포함, 새누리당 의원 158명 가운데 155명이 지난 13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종전과 달리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명시한 4조 2항이 빠져 있다. 국회 통과될 경우, KBS와 EBS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재정 건전성이 취약한 공공기관을 퇴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이에 KBS·EBS·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방송인총연합회 등은 20일 오후 영등포 여의도동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EBS의 예산과 인사를 통제하고, 더 나아가 입맛에만 맞는 보도와 프로그램만을 편성하도록 감시하겠다는 마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길환영' 퇴진 운동을 진두지휘했던 권오훈 언론노조 KBS 본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 장악을 할 의사도 없으며,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법을 바꾸겠다고 한다"며 "올해 상반기 KBS에서 벌어졌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KBS PD협회 안주식 회장은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4조 2항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간의 투쟁을 통해 어렵게 만든 것"이라며 "입법검토를 했다면 지나칠 수 없는 것을 일부러 삭제했다는 건 그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송희 EBS 본부 위원장은 "만일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EBS는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지부장은 "이 법에는 5년 동안 당기순손실이 날 경우 그 기관 해체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EB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매년 100억 원 이상씩 당기순손실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이(개정안 발의) 문제가 새누리당이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EBS 조합원들은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올겨울 동안 끝까지 거리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도 성명을 내고 "친정권 인사이자 역사 인식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던 이인호 씨를 KBS 이사장으로 선임해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데 이어 그것마저도 모자라 KBS와 EBS의 예산과 결산심사마저도 사실상 기획재정부 관할 하에 두려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친(親)공안통치를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방송을 장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법 규정부터 걷어내고는 거침없이 방송 장악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빤히 보인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반(反)민주적 폭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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