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31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최종범 열사가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태일 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동 본사 앞에서 경찰의 탄압과 언론의 외면 속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던 저희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보태 주셨습니다. 최종범 열사의 딸의 첫 돌을 맞아 '별이 빛나는 돌잔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저희는 잊지 못합니다.
지난 5월17일,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저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경찰에 의해 동료의 시신을 탈취당하고, 유골마저 빼앗겼습니다. 저를 포함한 지도부가 구속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굴하지 않고 더욱 힘을 모으며, 삼성 자본과 싸워 나갔습니다.
1000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노숙농성을 이어갔고, 최종범·염호석 열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노라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움켜잡았습니다. 난생 처음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 이라는 구호를 외쳐 보지만, 우리들은 동지들과 함께하는 동안 가슴 깊은 곳에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76년 무노조 경영 이념으로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핍박하던 삼성에 맞서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따내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실체를 인정받았습니다.
삼성 본관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을 때 많은 시민들이 저희들을 응원해 주셨습니다. '밥 한 끼, 양말 한 켤레', '책 한 권, 빵 한 조각'을 통해 우리 조합원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서비스와 함께 해주었던 씨앤앰을 비롯해 케이블 동지들의 연대가 엄청난 힘이 되고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정말 "노동자는 하나다!" 라는 구호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함께 해 주셨던 마음들
한국사회는 지금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재벌들은 그들의 탐욕을 위해 저질적인 비정규, 간접고용을 확산시키고 있고, 박근혜 정부도 맞장구를 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노동자 서민들은 갈수록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자본이 그들을 위해 높게 설치한 바벨탑 같은 전광판 그곳에 사람이 있습니다. 오직 이윤만을 생각하는 자본과 맞장을 뜨기 위해 그곳으로 사람이 올라갔습니다. 모진 칼바람 부는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본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그곳으로 우리 노동자가 올라갔습니다.
150일이 넘는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씨앤앰 케이블 노동자들, 영화 <카트>의 현장이 바로 오늘 씨앤앰 노동자들입니다.
저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그 때 받은 사랑과 연대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이번 23일 씨앤앰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김장 김치를 담그려고 합니다.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며 1년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김장철을 맞아 '진짜 사장, 매운 맛을 보여주마'라는 이름으로 함께 문화제를 하려고 합니다.
농성 공간이 부족해 많은 김장을 하지는 못하지만, 진짜 사장에게는 매운 맛을, 광고탑에 매달린 노동자에게는 따뜻한 맛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 모여서 이들에게 힘과 용기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의 사랑이 필요 합니다. 저희 삼성전자서비스도 함께 하겠습니다.
이 글은 <레디앙>, <참세상>에도 함께 실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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