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해 해방 이후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온 이 후보의 유소년기와 학창시절 '고행담', 1965년 현대건설 공채 입사 후 12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영웅담'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 선거 본선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후보는 1992년 14대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지 15년 만에 1야당의 대권후보 자리를 거머쥘 정도로 정계에서도 '성공신화'를 써 왔다. 물론 최근의 검증공방에서도 잘 알 수 있듯 정치인 이명박의 부침의 폭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프레시안>은 이런 일반적 이야기 대신 다른 몇 가지 키워드로 '인간 이명박'을 풀이해본다.
키워드 1. '현대'와 정주영
이명박 후보의 정계 입문 과정도 그리 매끄럽진 않았다. 인간 '이명박'과 떼놓을 수 없는 두 키워드인 '현대', '정주영'과 갈등이 그 과정에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초 현대 그룹의 2세 경영 승계 과정,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의 '국민당 창당' 과정에서 골이 깊어졌던 것.
정주영, 이명박을 모델로 삼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인기리에 방영된 '야망의 세월'이라는 드라마에서 이 후보 쪽에 스포트라이트가 더 쏠려서 두 사람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편 이 후보는 당시 자신의 역할을 맡았던 유인촌 씨와 지금도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 후보는 고 정주영 회장의 국민당 동행 권유를 뿌리치고 YS의 민자당 공천으로 전국구 의원에 당선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이후 정계 활동을 하면서 이 후보는 현대 측과 화해를 위해 만만찮은 공을 쏟았고 이 후보 측은 '다 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의 주장대로 구원(舊怨)이 모두 다 풀렸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현재 현대와 이 후보 측의 관계가 이전처럼 악성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키워드 2.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기독교 신앙
이 후보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기독교'다. 서울의 모 장로교회 장로인 이 후보의 기독교 신앙은 모친인 고 채태원 씨로부터 물려받은 것.
'나의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라는 이 후보의 평소 발언대로 깊은 영향을 미친 채 씨가 이 후보의 어린 시절부터 그를 무릎 앞에 앉혀두고 새벽기도를 하면서 신앙심을 심었다.
이 후보가 정치권 입문 후에도 매주 일요일마다 자신이 출석하는 강남의 한 교회 마당에서 신도들의 주차를 관리를 도맡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개신교 신자들이 큰 힘이 됐을 정도로 신앙은 이 후보에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줬지만 그로 인한 역풍과 구설도 적지 않았다.
한 개신교 행사에 참석해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선포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물의를 일으키는가 하면, 불교세가 강한 부산의 한 기독교 행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축하메시지 이후 '사찰을 무너뜨리자'는 메시지가 화면에 떠올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기독교가 보수화 되고 있는 상황과 '이명박 신드롬'은 맞물리고 있고 이 후보 측은 대선 본선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타 종교인들의 경계와 최근 확산되는 '반개신교 정서'는 이 후보 측엔 걸림돌이다.
키워드 3. 지극한 가족사랑
초년 고생을 심하게 했던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 이 후보도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직후 히딩크 당시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에게 서울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 후보의 외아들이 반바지에 양말을 신지 않은 샌들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이 후보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장면은 상징적이다.
'명박삼천지교'라는 신조어를 낳게 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이 후보는 "제가 워낙 어렵게 자라서 자식들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었다"고 해명했었다. 이 후보의 두 딸과 외아들이 위장전입을 통해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했던 것.
도곡동 땅, 옥천 땅, 다스(주) 등 은닉재산 논란의 핵심도 이 후보의 장형인 이상은 씨와 처남인 김재정 씨다.
이 후보의 이처럼 지극한 가족사랑은 어떤 유권자들의 심금을 자극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된들 공사구분이 가능하겠냐'는 꼬리표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3번째 상고(商高) 신화 이어질까? 이명박 후보는 최종학력은 고려대학교 졸업이지만 포항에 있는 동지상고(현 동지고)를 졸업했다. 목포상고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맥을 이 후보가 잇고 있는 셈이다. 경기고 출신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 경남고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 경북고 출신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한나라당 계열 정당의 다른 대선 후보들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이같은 '비주류 이미지'는 이 후보의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도 경기고(손학규, 노회찬), 서울고(조순형), 용산고(이해찬), 경남고(권영길), 전주고(정동영) 등 전통적 명문고 출신들이 여야 후보군에 포진해있지만 이른바 전통적 명문고가 아닌 고교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후보나 김혁규 후보(부산 동성고) 등 자수성가형 후보들 말고 1959년생으로 고교평준화 세대인 유시민(대구심인고), 심상정(명지여고) 후보 등이 대선후보군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도 사회의 변화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편 이 후보가 졸업한 동지상고의 경우 전국적 지명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동문 인사들은 정가에 두루 포진해있다. 이 후보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모두 동지상고 출신이고 민노당 단병호 의원도 동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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