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갑시다. 가족들이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200일간 여러분이 우리 가족들에게 보여준 뜨거운 마음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여러분의 손을 놓지 않을 테니 끝까지 함께하기를 부탁합니다."
세월호에 탔던 사람들을 떠나보낸 지 200일이 흘렀다. 그러나 그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연 추모 대회 '끝까지 밝혀줄게'에 참석, 진실 규명을 위한 긴 여정에 앞으로도 시민들이 함께해줄 것을 간청했다.
유가족들은 전날 합의된 세월호 특별법이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에서 '미완의 특별법'이라면서도, "특별법은 우리가 쥐는 연장일 뿐이다. 굽힘 없이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추모 대회 첫 발언은 가족대책위 대변인인 '예은이 아빠' 유경근 씨가 했다. 유 씨는 "아직도 아홉 분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분들이 올 때까지 진정한 추모를 할 수 없다"면서도 "추모의 마음만 가지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 마음을 모아 안전 사회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끝까지 가자는 마음을 승화시키기 위한 자리"라고 추모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박래군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전날 합의된 특별법에 대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한참 모자랄 수 있다"면서도 "정치가 사라진 시대에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한 유가족이 앞장서고 국민들이 함께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안전 사회라고 하는 목표를 위해 싸우자. 부족하면 다시 싸우자"고 했다.
유가족들은 발언들을 들으며 안전 사회 만들기를 위한 의지를 다지면서도, 추모 영상과 무대 등을 보며 여전히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고(故) 권오천 학생의 형인 권오현 씨가 다시는 힘없는 자신의 동생으로 태어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노래를 부르자 유가족들은 고개를 묻고 흐느꼈다.
이어 국민대책회의 측에서 참가자 선언문을 낭독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200일을 하루 앞둔 어제 저녁 발표된 세월호 특별법은 여러모로 미흡한 방안"이라면서도 "유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에 화답한 국민들의 힘으로 만든 것임을 기억하고, 특별법 제정을 출발선 삼아 국민의 힘으로 특별법의 미흡한 독립성을 채우고 개선하여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우연히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과 권력을 지키는 습속이 뼛속까지 배어든 기업과 국가가 만들어낸 사건"이라며 "권력은 우리의 길을 집요하게 가로막겠지만 거침없이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추모 대회에서는 유가족과 국민대책회의 측 발언뿐 아니라 성균관대학교 민주동문회장 권순필 씨의 발언도 주목받았다. 권 씨는 최근 성균관대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연 학생 대표에게 학교 측이 장학금 지급을 거부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이 정치인이냐"고 물으며, "학생들이 유가족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일곱 시간 동안 간담회를 했다면 과연 장학금을 주지 않았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대 졸업생들은 대학생들과 함께 진실을 밝힐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5시 30분부터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추모 대회가 끝난 뒤, 유가족과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을 지나 서울광장 합동분향소까지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측 추산 2000명, 주최 측 추산 1만 명 이상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오전엔 지난달 28일 발견된 295번째 희생자 고(故) 황지현 학생의 발인이 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발인은 가족과 친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 가족 등 1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교 의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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