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세미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 이 세미나의 주제 자체가 '차기 대선'이었다. 스스로 정치인이 아니라고 밝힌 반 총장에 대한 공개 구애다. 박근혜 대통령 이후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친박계의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친박계 중진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간사를 맡은 연구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9일 '2017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있었던 날이었고, 세미나는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3자회동을 열고 있던 시간에 열렸다.
세미나 발제를 맡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27일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반 총장은 현재 대권과 관련해 자신이 언급되는 데 대해 선을 긋고 있으나,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면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 대표는 대선주자로서 반 총장의 경쟁력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 및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지지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반 총장이 충청 출신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언급됐다.
이 대표는 또 "만약 반 총장이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이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응답이 61.4%로 가장 높았지만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답도 19.9%나 됐다. '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는 서청원, 안홍준, 정우택, 김태원, 노철래, 윤상현, 경대수, 권은희, 김성찬, 김제식, 김종훈, 류성걸, 민병주, 박대동, 박맹우, 손인춘, 이완영, 함진규 의원 등 대표적 친박 인사들 30명가량이 참석자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 집권 3년차를 앞두고 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비박계 차기 주자들에 대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데 대한 비박계의 집단적 반응이 아닌지 주목된다. 김 대표의 중국발 '개헌 봇물' 발언이 예상 외로 큰 파장을 낳았던 것이 불과 2주 전의 일이다.
여당의 차기 주자 가운데 친박계로 꼽히는 인물이 없다는 데 따른 친박 그룹의 위기감이 반 총장에 대한 조명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여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김 대표와 김 전 지사 외에 정몽준 전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모두 옛 친이계에 속한다.
반 총장의 대선 관련 언급이 국내에 전해진 통로 역시 유기준 의원의 입이었다. 유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재외공관 국정감사 과정에서 반 총장을 만났다"며 "대선에 대해 물어보니 '정치에 몸담은 사람도 아니다. 잘 알면서 왜 물어보느냐'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반 총장은 '몸을 정치 반(半), 외교 반 걸치는 것은 잘못됐다. 안 된다'고도 말했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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