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셀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2008년 라오스 진출을 위해 작성한 사전 타당성 보고서가 ‘캄보디아’ 관련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썼다는 주장이다. 거래소 측은 “두 나라가 자본시장 개념이 거의 없어, 보고서가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규 의원실(통합진보당)에 따르면, 거래소는 2008년 라오스 거래소 사전 타당성 보고서 작성 당시 2007년 ‘캄보디아 증시 설립 용역보고서’의 일부를 그대로 긁어다 썼다.
거래소는 ‘캄보디아’라는 단어를 ‘라오스’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눈을 속였다. 이상규 의원은 “라오스 보고서 71~90페이지는 캄보디아 보고서 77~93페이지와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다”며 “라오스 보고서엔 끝에 두 단락 정도가 첨부됐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보고서는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에서 2008년 3월 만들었다. 보고서 작성에는 항공료 등 총 1745만원이 들어갔으며, 현지 조사 기간은 11일이 걸렸다. 조사 인원만 5명에 이른다. 라오스 보고서 작성엔 대규모 예산과 인원이 투입됐지만, 외주용역으로 작성된 캄보디아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베껴 쓴 것이다.
거래소는 라오스 대사관 문서도 그대로 베꼈다. 라오스 산업 경제 개황을 기술한 8~20페이지는 라오스 대사관의 2005년 경제개황 설명을 복사해 썼다. 또 정치외교 개황(21~38페이지)은 라오스 대사관 안내글을 그대로 사용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있을뿐더러, 자본 시장 개념이 거의 형성돼있지 않았다”며 “공시, 주식 매매, 불공정 거래 등 비슷한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 통계 자료는 전수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인구, 국내총생산(GDP) 등 지표는 대사관 자료를 인용해서 썼다”고 해명했다.
거래소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1년 라오스거래소(LSX)에 지분 49%를 투자해 합작거래소를 설립했다. 투자금액은 135억원(1200만 달러).
사업 초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투자성과는 미비하다. 현재 상장사는 국영전력회사(EDL-Gen), 국영상업은행(BCEL) 등 3곳에 불과하다. 라오스 거래소는 4억9000만원(2011년), 12억4000만원(2012년), 12억8000만원(2013년) 등 매년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 의원은 “거래소는 위조 수준의 보고서를 근거로 해외투자를 벌여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며 “거래소의 해외 투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라오스에 이어 2012년 캄보디아에 900만달러를 투입해 합작거래소를 설립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6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약을 맺는 등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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