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에드워드 파울 씨의 석방을 계기로 북미 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케리 장관은 22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으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다음 몇 주, 몇 달간 상황이 발전해 회담에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미국은 전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지금 당장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전제조건 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파울 씨의 석방으로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신호를 보냈고 미국도 케리 장관의 발언을 통해 이에 응답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지난 21일(현지시각) 시드니 사일러 미국 6자회담 특사가 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에) 유연하다"며 "우리는 대화 자체나 의제에 전제조건을 두지 않으며 북한의 요구사항과 불만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국면이 북미가 서로의 관심사를 통해 각자의 관계개선 의지를 시험해보는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연합뉴스>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으나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에 따라 판단할 것이며 그런 점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동일하고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 억류자 석방을 계기로 북한에 남은 2명의 억류 미국인 석방까지 끌어내기 위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미국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이들의 석방을 타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북미 간 대화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케리,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시사
한편 케리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주한미군을 포함한 동아시아 내 미군 주둔 병력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처음부터 북한이 국제사회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그 방법을 북한이 알고 있다고 말해왔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할 준비가 된 대화에 복귀하고 비핵화 등에서 진전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위협 자체가 축소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 수요를 감축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케리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이 조속히 비핵화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의미"이며 "주한미군 감축은 먼 훗날 비핵화가 실현되는 국면에서 논의될 문제"라고 밝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북한이 파울 씨를 석방한 것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써는 북한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면서 케리 장관과 다소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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