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된 미국인 3명 중 에드워드 파울 씨를 전격 석방했다. 이를 두고 최근 북한이 기존과 달리 자신감을 갖고 대외적으로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은 21일(현지시각)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에드워드 파울 씨가 6개월 만에 석방됐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파울 씨가 풀려나 북한을 떠났으며 괌의 미군 기지를 거쳐 오하이오주 고향에 있는 가족을 향해 돌아오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 역시 "파울 씨 석방은 긍정적인 결정"이라면서 "그렇지만 우리(미국 정부)는 배 씨와 밀러 씨가 아직도 계속 수감돼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당국에 다시 한 번 이들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은 석방 과정과 관련,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왜 지금 석방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북한 측이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밝혀 파울 씨의 석방 배경을 둘러싸고 북·미 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이 이례적으로 자국 영공에 미군 항공기의 진입을 허용한 것이 확인되면서 북한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파울 씨의 석방 조건으로 미국 측이 운송 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고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제시한 날짜에 맞춰 항공기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파울 씨는 북한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하던 중 성경책을 몰래 유포한 혐의로 지난 5월 7일 출국 과정에서 체포됐고 북한은 그에게 '적대행위'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준비해온 상황이었다. 이번에 파울 씨가 석방되면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는 케네스 배 씨와 매튜 토드 밀러 씨 등 2명으로 줄어들었다.
파울 석방, 북한 자신감의 표현
북한이 파울 씨를 전격 석방한 것을 두고 북한이 최근 활발한 대외 행보를 벌이고 있는 것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북한이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예전에는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면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요즘은 적정 수준의 도발과 평화 공세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체제 질서 구축과 경제 발전을 위해 한반도의 안정된 정치 상태를 원하고 있다"며 "남한에 대화 공세를 하고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유럽에도 가고, 일본과는 납치자 문제를 고리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데, 도발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난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인사 3인방이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는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에 미국이 좋아할 만한 미끼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석방 역시 이와 비슷한 의도에서 나온 결과라는 평가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행태들이 급격한 대외 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교수는 "절박하지 않게 보이는 건지 진짜로 절박하지 않은 것인지는 판단의 여지가 있으나, 현재 북한이 계속 칼자루를 쥐고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며 "남한과 접촉 문제만 해도 우리가 시기나 의제 등 주도권을 뺏긴 상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미국의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석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미국의 집권세력 입장에서는 북핵 해결보다 억류된 미국인 해결이 중간선거에 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북한과 오바마 행정부 간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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