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정부 성명을 통해 인질과 포로 맞교환에 대한 국제사회의 유연한 대응을 강력하게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테러와 협상은 없다'고 일축한 상황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와 미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천 대변인은 "아프간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반의 납치에 관한 관행을 인정하지만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어제) 이야기 했다"면서 "지금 입장을 알고 있지만 상황은 변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미국이 모든 것을 쥐고 있다는 시각으로 상황 해결 어려워"
이처럼 상황의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천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언론 등에서 미국이 모든 것을 쥐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 같은 시각을 갖는 것은 현 상황을 풀어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의견차가 드러나는 것을 극히 꺼리는 모습인 것. 천 대변인은 전날에도 '미국과 입장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과 협력은 부족하지 않다"고 답했었다.
하지만 포로 석방을 통한 인질 맞교환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한국 정부와 '테러와 협상은 불가'를 천명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입장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틀림 없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견이 존재하지만 이를 표면적으로 드러내긴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측과 직접접촉 유지 중"
아프간 피랍 사태가 발생한 지 2주 만에 한국 정부가 "피랍 무장세력과 직간접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접촉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수준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긴 힘들지만 직간접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다각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탈레바 측과 직접 접촉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었다.
이날 천 대변인은 "주아프간 대사관에 한국인을 납치한 무장단체 관련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화를 일방적으로 수시로 해왔다"며 "우리도 그 쪽에 입장을 전달했고, 그 쪽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 같진 않아 교신의 채널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탈레반 측과 직접 접촉하고 있단 말이냐'는 확인 질문에 천 대변인은 "직간접적 접촉 안에는 직접접촉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군사적 행동 반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두 번째 인질 사망 이후 새롭게 제시된 협상 시한(한국시간 1일 오후 4시 30분)을 불과 두 시간 여 앞두고 실시된 이날 브리핑에서 천 대변인은 "최근 상황전개를 볼 때 시한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시한을 연장하고 접촉 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 벌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질 전원의 무사귀환이라는 최종적 목표 외에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단기적 노력에도 힘을 쓰고 있단 말이다.
한편 청와대는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군사적 대응론을 일축했다.
천 대변인은 "이 문제는 최대한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군사적 행동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국제치안유지군과 아프간 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간 측이나 미군 중심의 국제치안유지군 측에선 군사작전 준비가 다 됐다는 등 오히려 탈레반 측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천 대변인은 "모든 차원에서 스스로 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냐"면서 "우리 동의 없는 군사작전은 없다는 것을 항상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일부 비판은 부적절"
청와대는 사태의 장기화와 인질 추가 피살로 인해 정부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눈치다.
천 대변인은 "비판이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몇 가지 적절치 않다고 생각이 드는 대목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천 대변인은 "(한국정부가) 갖고 있지 않은 수단을 쓰지 않다고 질책하는 것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행동 하나하나가 장기적으로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로, 호흡을 길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비판은 좋지만 냉정하고 책임 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며 "한 언론사에서 다른 내용으로 비판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신에만 의존케 하는 보도의 혼선에는 정부의 취재 제한 조치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천 대변인은 "정부는 어제와 오늘에 걸쳐 무장단체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는 등 정보를 최대한 상황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