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백 실장이 아프칸 현지시간으로 정오 (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 카르자이 대통령을 만나 피랍사태 조기해결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의 면담 일정이 결정됐고, 오늘 예정대로 면담이 진행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면담 내용에 대해 발표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아프간 국민에 수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백 특사를 만난 후 한국인 인질의 석방을 위해 아프간 정부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납치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이 문제에 관해 입을 연 카르자이 대통령은 특히 한국인 인질들을 '외국 손님들'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의 품위에 수치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특히 여성이 납치된 것은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고 아프간 문화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땅에서 이 같은 가증스러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이슬람과 아프간의 가치를 송두리째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같이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탈레반 납치세력이 요구하고 있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 정부를 대표해 인질 석방 협상을 이끌고 있는 무니르 만갈 내무부 차관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탈레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와 5명의 탈레반 수감자를 맞교환한 뒤 미국의 강력한 비판을 받고 다시는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이같은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 대변인을 자칭하고 있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기 않으면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들을 죽이는 방법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거듭 위협했다고 <워싱턴타임스>는 덧붙였다.
미군 및 미 대사관 관계자 만남이 핵심
두 사람의 면담에 대해 전략적 문제를 감안해 상세한 내용은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 양국 정부의 입장이다.
백 특사는 탈레반 측의 요구조건인 수감자 석방 문제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백 특사는 아프간 정부가 인질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준 데 감사의 뜻을 표하고 한국은 인질 사태 종식을 위한 아프간 정부의 대응책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프간 정부 관계자이 전했다.
또한 백 특사가 아프간에 대한 경제 원조를 늘리는 등 '당근'을 제시하며 카르자이 대통령을 설득시켰을 것이란 관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면담 후 나온 카르자이 대통령의 반응이 원칙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점에서 볼 때 카르자이 역시 자신들이 처한 어쩔 수 없는 입장을 설명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 특사는 노 대통령의 친서는 따로 지참하지 않았지만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계속 주재해왔고 노 대통령의 의중에 정통한 만큼, 한국 정부의 의중을 소상히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7일 현지에 도착한 백 특사의 그간 활동 내역이 상세하게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아프간 정부 고위관계자들 외에도 현지 미군, 미대사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유연한 대처'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이제는 정례화되다시피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청와대에서 개최하고 카르자이 대통령 면담내용 등을 토대로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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