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조짐이 짙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가 한나라당 경선에 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경선 후보 진영에는 '쉬어가기 명분'으로 작용해 득(得)이 되고 있는 반면 한시가 급한 박근혜 후보 진영이 공세를 펼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달아오르는 열기에 아프칸 사태가 찬물
지난 22일 제주에서 열린 경선후보간 첫 합동연설회는 양측 지지자들의 물리적 충돌이 증명하듯 치열한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비록 양 진영의 충돌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없지 않았지만 치열한 공방은 아무래도 박근혜 후보 측에 역전의 기대를 안겨주기 충분했던 것.
이후 이 후보 진영은 '경선과열'을 이유로 유세일정 중단을 요구했었고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이미 TV토론에 미온적 모습을 보였던 이 후보 측의 연이은 후퇴에 박 후보 측은 공세를 재개했고 홍준표, 원희룡 후보 역시 "이 당이 이명박 당이더냐"며 박 후보 측에 가세했다.
하지만 광주 유세를 건너뛰고 부산 유세를 재개하면서 부터는 아프카니스탄 변수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피랍자 무사귀환이 가장 중요한데 상호정치공방을 자제해야 한다. 자칫하면 한꺼번에 질타를 받는다'는 명분 앞에 누구도 토를 달기 힘들어 진 것.
강재섭 대표는 합동연설회를 '엄숙하고 품위있게'진행할 것을 당부했고 부산, 울산 합동연설회는 추도 묵념으로 시작됐다.
박근혜 캠프의 경우 부산 연설회 시작에 앞서서는 한선교, 송영선 의원의 '춤사위'로 흥을 돋구기도 했지만 울산 연설회에서는 모든 후보의 식전 축하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물론 본 연설에서 양 후보의 공방은 여전히 날카로왔지만 언론의 반응이나 여론의 호응은 확연히 떨어졌다.
박 캠프 진퇴양난…'시간만 자꾸 간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도착한 지난 27일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는 각종 고소를 모두 취하했고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약 2주 동안 일본에 머무르던 이 후보의 맏형 상은 씨도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근혜 캠프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악화될 경우다.
8월19일 경선 투표일까지 불과 3주 남짓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사이 벌어질 TV토론이나 합동연설회를 '엄숙하고 품위 있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화끈한 공방'을 재개하자니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도 힘들다.
이 후보 측 김덕룡 선대위원장은 "혹시 아프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경선일정을 연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어서 되겠느냐. 경선은 그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한바 있다.
박 후보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의 대처에 이례적으로 합격점을 줬지만 이명박 캠프의 이재오 최고위원은 "노 대통령이 직접 아프간에 가라"고 쏘아붙인 것도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래저래 박 후보 측은 사태의 조기 해결을 바라며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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