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했다. 북한의 고위층 인사 3명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계기로 개선의 기미를 보이던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관계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10일 오전 11시 경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추모하고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 이른바 '삐라' 20만 장을 살포했다. 이날은 1997년 탈북 이후 지난 2010년 사망한 황 전 비서의 4주기 이기도 하다.
이날 뿌린 전단에는 황 전 비서의 영결식 모습 사진과 "우리 탈북자들은 선생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북조선 인민해방과 민주화를 위해 김정은 3대 세습을 끝내기 위한 자유·민주통일의 전선으로 달려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통일부 관계자가 나와 행사 자제를 요청했지만 단체는 이를 수긍하지 않았다. 경찰은 평소 대북전단 살포 행사 때의 4~5배 수준인 370여 명을 배치했지만, 행사를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정부, 대북전단 살포 못 막는 것인가 안 막는 것인가
민간단체의 이번 전단 살포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통일부는 지난 9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계획과 관련해 해당 단체가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 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모처럼 재개될 남북대화에 찬물 끼얹는 전단 살포는 자제되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전단 살포가 남북관계 개선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을 고려하여 전단 살포 행위가 자제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자제 요청 외에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1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전단 살포와 관련 “해당 단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추진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5월 4일과 6월 29일 각각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해 자유로 진입과 임진각 입구를 차단해 전단 살포를 막은 바 있다. 당시 단체는 전단을 살포하지 못하고 대신 기자회견을 갖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당시에는 전단 살포를 사실상 막았지만 이번에는 막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정부가 안전에 대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살포를 막는 것이냐는 질문에 임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해당 단체와 지역주민 간의 마찰 가능성, 또 우리 단체 간의 충돌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그동안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단을 막았을 때와 막지 않은 올해가 상황이 다른 것이냐는 질문에 임 대변인은 "북한의 조준격파라든지 대남 위협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우리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의 신변안전, 단체 간 충돌 우려, 북한의 위협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하거나 막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제를 요청한다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남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가져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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